제명된 한동훈, 정치적 득실은 무엇

‘정치 서사’ 얻었지만 ‘당심 외면’은 뼈아픈 대목

2026-01-30 13:00:07 게재

친한·오세훈 “장동혁 사퇴” … 장동혁체제 ‘유지’

소신 지켰다가 고난 겪는 ‘정치적 서사’ 획득 기대

‘한동훈 징계’ 찬성하는 당심 설득은 어려운 숙제

국민의힘이 ‘한동훈 제명’이란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친한계(한동훈)·오세훈 서울시장은 “장동혁 사퇴”를 외쳤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검사 한동훈’에서 ‘정치인 한동훈’으로 변신한 지 2년을 갓 넘긴 한 전 대표는 당분간 ‘나홀로 행보’가 불가피하다. 한 전 대표가 제명 사태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국회 소통관 향하는 한동훈 전 대표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29일 제명 결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소통관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침묵하는 80여명 의원들 = 국민의힘이 29일 ‘한동훈 제명’을 확정하자, 친한계 의원 16명은 성명을 통해 장 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오 시장도 SNS를 통해 “장 대표가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장 대표측은 사퇴 요구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박민영 대변인은 “당원들의 선택과 정해진 규칙을 무시하고 사당화를 시도하는 세력은 다름 아닌 오 시장과 천지분간 못하고 날뛰는 친한계”라고 반박했다.

양측이 정면충돌한 가운데 소장파 모임인 ‘대안과 미래’는 한 전 대표 제명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지만, 장 대표 사퇴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친한계와 ‘대안과 미래’를 제외한 80여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침묵했다. 친한계와 오 시장 요구와 달리 장 대표가 최소한 6.3 지방선거까지는 버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 대표가 버티면 한 전 대표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다. 한 전 대표는 당분간 지지층 결집 행보에 주력할 예정이다. 친한계는 31일 국회 앞에서 장 대표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추진 중이다. 내달 8일에는 잠실 체육관에서 ‘한동훈 토크콘서트’도 연다. 한 전 대표는 민심과 당심 추이를 살피면서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국힘 지지층, ‘징계 찬성’ 높아 = 한 전 대표는 2024년 12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발탁된 이후 2년을 조금 넘긴 시점에 당으로부터 제명 당하는 운명에 처했다. 윤석열정부 초대 법무장관에 임명되면서 ‘윤석열정권 황태자’로 불렸던 한 전 대표는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갈아타면서 ‘황태자’ 위상을 이어가는 듯싶었지만, 김건희 여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졸지에 반윤(윤석열)으로 전락했다. 아직도 ‘정치인 한동훈’보다는 ‘검사 한동훈’ 이미지가 강한 한 전 대표에게 제명 징계는 어떤 정치적 득실을 남겼을까.

한 전 대표는 ‘검사 한동훈’ ‘윤석열정권 황태자’ 이미지가 여전하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지 2년이 넘었지만 한동훈하면 떠오르는 한동훈만의 ‘정치적 서사’는 별로 없다. 이번 제명 사태가 한 전 대표에게 ‘정치적 서사’를 만들어줄 기회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직언→계엄 반대→탄핵 찬성이란 ‘소신 행보’를 고수하다가 제명이란 ‘정치적 고난’에 직면했지만, 이를 다시 극복하기 위해 대장정에 나선다는 서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등 거물 정치인들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자신만의 ‘정치적 서사’를 갖고 있다. 한 전 대표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살려 자신만의 ‘정치적 서사’를 만들어낸다면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체급은 급등할 것이란 기대다.

과반 이상의 당심(당원들의 마음)이 한 전 대표에 호의적이지 않은 현실은 한 전 대표에게는 뼈아픈 대목으로 꼽힌다. 한국갤럽 조사(20~22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한 전 대표 제명에 대해 묻자 ‘적절하다’ 33%, ‘적절하지 않다’ 34%였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적절하다’가 48%로, ‘적절하지 않다’ 35%를 앞섰다. 한 전 대표는 “부당한 징계”라고 반발하지만, 다수 당심은 징계에 찬성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당심을 설득해 돌려세우지 못한다면 그의 대권 꿈은 성사될 수 없다.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도 한 전 대표를 겨냥해 “한 전 대표가 말하는 ‘진짜 보수’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이번 제명을 계기로 희생과 헌신에 대한 고민과 함께 성찰이 있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결국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진로는 한 전 대표가 당심을 제대로 설득할 수 있는지와 6.3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는 관측이다. 한 전 대표가 자신에게 비판적인 당심을 돌려세우는 데 성공한 가운데 장동혁체제가 지방선거에서 패한다면, 당심이 한 전 대표에게 다시 기회를 줄 가능성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비호감 당심’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패한다고 해도 당이 한 전 대표를 다시 부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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