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10% 급락…AI 투자가 부담
시총 3600억달러 증발
메타·애플은 버텼고
ASML은 AI 수요 낙관
마이크로소프트 주가가 하루 만에 10% 급락하며 시가총액 약 3600억달러가 증발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 부담이 실적 발표와 함께 부각되면서, 빅테크 중심으로 이어져 온 미국 증시 주도 장세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 2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28일 장 종료 후 실적을 발표한 뒤, 29일 거래에서 주가가 10%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충격이 정점이던 2020년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이다. 이번 하락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은 3조2000억달러 수준으로 낮아졌다.
투자자들의 우려는 실적 자체보다 비용 구조에 쏠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2월까지 3개월 동안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66% 증가해 375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AI 모델 학습과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을 위한 투자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세는 이전 분기보다 둔화되며, 투자 대비 수익 회수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AI 경쟁이 ‘누가 더 많이 투자하느냐’의 단계에서 ‘누가 더 빨리 수익을 내느냐’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클레이스의 미국 주식 전략 책임자인 베누 크리슈나는 “대형 기술주 사이의 상관관계는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우리는 AI 서사의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모두가 함께 오르던 상승장에서 벗어나, 어떤 사업 모델이 우위를 갖는지를 가려내는 승자와 패자의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같은 날 발표된 다른 빅테크 실적에서도 확인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AI 인프라 투자 부담으로 급락한 반면, 메타는 광고 사업 회복과 비용 통제 성과가 부각되며 주가가 10% 넘게 상승했다. AI 투자에 적극적이면서도, 단기 실적 가시성을 함께 제시한 점이 시장의 평가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또 다른 대비 사례로 거론된다. 애플 역시 AI 기능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와 설비투자 확대 속도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편이다. 이번 실적 시즌에서도 애플은 급격한 비용 증가보다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강조하며, 주가 변동폭이 다른 빅테크에 비해 제한적인 모습을 보였다. AI 투자에 대한 접근 방식 차이가 주가 흐름의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 충격은 시장 전반에도 부담을 줬다.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종합지수는 이날 장중 한때 2.6%까지 하락했다가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AI 투자 경쟁이 격화될수록, 실적 발표를 전후한 주가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AI 인프라 투자 흐름 자체가 꺾인 것은 아니라는 신호도 공존한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은 AI 붐에 힘입어 올해 반도체 장비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AI 투자 확대가 개별 기업에는 단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반도체와 장비 등 공급망 전반에는 여전히 강한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빅테크 주가가 ‘AI에 얼마나 투자하느냐’보다 ‘그 투자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수익으로 바꿀 수 있느냐’에 따라 더 뚜렷하게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급락은 그 전환점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