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심사 결정 앞두고 기술특례 상장제도 논란 확대
추정 매출·실제 실적 간 괴리는 파두만의 문제 아냐
기술 우수 기업에 모험자본 유입 … 코스닥 활성화
반도체 팹리스 기업 파두의 거래 재개 심사 결정이 다음 달 3일 나온다. 이를 앞두고 기술특례 상장제도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기술특례 상장사 다수가 추정 매출과 실제 실적 간 괴리를 겪어 왔기 때문에 파두만의 문제가 아닌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왜 시작했는지 취지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기술특례상장은 매출이나 이익 등 재무 요건이 부족해도 기술이 우수한 기업에 모험자본을 유입시켜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최근에도 정부는 혁신기업 기업공개(IPO) 촉진을 위한 업종별 상장관리가 도입되면서 심사 기준에 실적 대신 기술성 및 혁신성 위주의 질적 기준을 적용해 신성장 혁신기업의 기술특례상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내달 3일, 거래 재개 심사 결정 =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두는 작년 12월 19일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2023년 8월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파두는 상장 직후 실적이 공모 당시 추정 매출과 크게 괴리되면서 ‘뻥튀기 상장’ 논란과 거래 정지로 이어졌다. 상장 당시 주요 거래처의 발주 중단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상장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1년여의 조사 끝에 지난해 12월 18일 파두 법인과 경영진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파두 측은 “사업의 실체나 기술 경쟁력과는 무관한 사안”이라며 “기술특례상장 제도 하에서 투자자에게 제시한 매출 추정과 사업 전망의 설명 기준을 둘러싼 법적 해석 문제가 핵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파두는 “중장기 사업 전망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매출 가이던스와 사업 전망을 제시할 때 예측 정보와 확정 정보를 보다 명확히 구분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매출 전망에 대한 구분과 검증 절차 강화, 정보 공개 범위를 엄격하게 하겠다”고 전했다.
한국거래소는 당초 이달 13일까지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결론을 낼 예정이었다. 하지만 다음 달 3일까지로 조사 기간을 연장하며 거래정지 기간도 연장된 상황이다. 실질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이 날 경우 거래는 즉시 재개된다. 그러나 실질 심사 대상이 되면 기업심사위원회의 본심사를 거쳐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 과정은 통상 3~4개월이 소요되는데, 거래가 재개되거나 혹은 개선기간이 부여돼 수개월 또는 수년간 주식 거래 정지 조치가 연장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상장 폐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대규모 수주 실적 잇따라 = 그런데 파두는 주식 거래가 정지된 기간 대규모 수주 실적이 잇따르며 올해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파두는 지난 22일 대만 마크니카 갤럭시사로부터 470억원 규모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완제품을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이 수주는 지난 2025년 11월 5일 공시한 215억원 규모의 계약이 공급 물량 증가와 가격 상승으로 정정된 내용이다. 이는 단일 계약 기준 창사 이래 최대 물량이며, 지난 2024년 연간 총매출인 435억원 이상이다. 이번 공시에 따라 계약금액의 50%는 오는 3월 중 지급될 예정이며, 나머지는 올해 하반기 중 모두 매출에 반영될 예정이다. 파두는 이러한 대형 수주가 이어지면서 올해 1분기부터 흑자전환을 기대한다.
파두는 지난 13일에도 해외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사로부터 203억원 규모의 기업용 SSD 컨트롤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 또한 컨트롤러 공급 단일 계약 기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이다.
파두는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가운데 드물게 글로벌 시장에서 실제 매출을 일으키고 있는 기업으로 파두의 2025년 공시 기준 신규 수주 물량은 약 1160억원에 달한다.
◆주주연대, 거래 재개 탄원서 제출 = 이런 가운데 파두 주주연대는 ’거래 재개‘ 결단을 촉구했다. 파두 소액주주들의 보유지분율은 50%가 넘으며 7만여명에 달한다. 파두 주주연대는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파두의 거래재개를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주주들은 “한국거래소가 명확한 기준도, 기한도 없이 투자자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며 거래정지 즉각 해제를 촉구했다.
주주연대는 최근 한국거래소에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주주연대 측은 “메타, 구글 등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와의 공급 계약이 가시화되고 있는 유망 기업의 퇴출은 곧 국가적 손실이자 대한민국 팹리스 산업 전체에 대한 불신이 될 것”이라며 “수만 명 소액주주의 생존권 보호와 국가 산업적 가치를 고려해 ’상장 유지‘ 결정을 내려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또 주주연대는 “대다수 투자자는 단기 실적이 아닌 파두의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다”며 “거래소가 심사 지연으로 불확실성을 키우기보다, 기업이 본연의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거래 재개라는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 취지 살려야= 주주연대는 특히 기술특례상장 제도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된 기업의 특성을 외면한 채, 결과만 놓고 사후적으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왔다.
시장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기술특례상장의 일반적인 문제점에 대해 왜 파두에만 엄격한 잣대를 두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례상장 기업 중 상당수는 상장 후 장기간 지난 후에도 큰 폭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 자신이 보유한 기술력을 매출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많은 특례상장 기업들이 상장 후 가시적인 재무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기술개발이 완성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고 상업화되는 과정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장 후 많은 특례상장 기업들의 주가성과는 재무성과보다는 잠재적인 기술력이나 기술의 시장성에 관한 정보에 기반을 두고 형성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기술특례로 상장한 285개 기업 중 85%가 적자인 상황이다. 영업손실액이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기업도 10개나 됐다. 2023년 특례상장 기업도 영업손실을 낸 곳이 29개 중 23개(79%)로 더 많았다.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05개 기업이 추정 실적을 토대로 상장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 실적을 충족한 곳은 6개(5.7%)에 그쳤다. 상장 당시엔 유니콘이었지만, 이후 제대로 뛴 기업은 몇 개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공모가와 실제 매출 간 괴리는 기술특례 상장 구조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시민단체와 학계 전문가들은 현재 주주뿐 아니라 잠재적 투자자의 피해 예방을 위해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등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는 현재 주주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주주들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기에 실질 심사에서 충분히 고려 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