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12.3 내란을 엄벌해야 하는 이유

2026-01-30 13:00:03 게재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베트남 출장 중 쓰러져 별세했다. 향년 73세.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 기준으로는 많지 않은 나이다. 그의 갑작스런 죽음에는 젊은 시절 군사독재 정권에게 당한 모진 고문과 억울한 옥살이가 한 원인이 됐을 터이다.

이 전 총리는 박정희 유신에 반대투쟁을 하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엮여 1년간 복역했고, 1980년엔 전두환 신군부가 날조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2년 6개월간 수형생활을 했다. 이 과정에서 어찌나 심한 고문을 당했는지 ‘이해찬이 남산으로 끌려가 맞아 죽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한다. 그는 회고록에서 “(너무 많이 맞아) 걸을 수가 없어서 누운 채로 몸을 밀고 다녔다”고 했다.

이 전 총리처럼 고문의 상처를 안고 살아온 이들이 적지 않지만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고문은 그저 먼 나라 이야기 정도로 여겨왔다. 이 전 총리와 같은 이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민주화된 덕분이다.

그렇게 잊혀진 고문의 공포가 되살아 난 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때였다. 윤 전 대통령과 내란 세력들은 주요 정치인은 물론 판사와 시민단체 대표까지 체포해 구금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체포조가 준비한 도구에는 케이블타이와 포승줄, 망치와 야구방망이까지 있었다. 계엄이 성공했다면 우리 사회는 과거 고문과 폭력이 횡행하던 군사독재 시절로 되돌아갔을 것이다.

윤 전 대통령과 내란 가담자들에게 엄벌이 내려져야 하는 이유다. 이들은 힘들게 쌓아올린 민주주의와 법치를 허물고 수십 년 전으로 역사를 퇴보시키려 했다. 무겁게 처벌해 다시는 시대착오적 내란 시도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행히 사법부는 내란 관련 첫 판결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사건에서 특검의 구형을 크게 웃도는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무엇보다 12.3 비상계엄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내란이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또 12.3 내란은 ‘위로부터의 내란’‘친위 쿠데타’로 성공가능성이 높고 위험성이 더 크다는 점에서 기존 ‘아래로부터의 내란’보다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계몽령’‘경고성 계엄’은 위헌·위법한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점을, ‘2시간짜리 계엄’‘사상자 없는 계엄’은 내란세력이 아닌 계엄군에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의 용기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한 중형 선고는 시작이다. 앞으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내란 가담자들에 대한 선고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사법부의 추상같은 판결을 기대한다.

구본홍 기획특집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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