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디스커버리’ 상생법 최초 도입

2026-01-30 13:00:03 게재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전문가 사실조사 가능 … 특허법에도 적용 해야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디스커버리)가 최초로 도입됐다.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입증장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중소기업의 땀과 노력으로 개발한 기술이 두텁게 보호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한성숙)는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 도입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술탈취와 관련한 법적분쟁에서 피해 중소기업은 고질적인 ‘정보의 불균형’으로 피해사실 입증에 절대적인 불리함을 겪어 왔다.

지난해 지식재산처와 벤처기업협회의 조사에서 중소기업들은 증거수집 등 입증곤란(73%)을 기술탈취 발생 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소송기간 장기화(60.8%) △소송비용 과다(59.5%)가 뒤를 이었다.

중소벤처기업들이 ‘증거개시 제도’ 등 선진국 수준의 기술보호 제도 도입을 요구해 온 이유다.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는 이미 증거개시 제도를 시행중에 있다.

지난해 21대 국회에서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 도입 논의가 이뤄지다 중단된 바 있다. 이재명정부가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중점 법안으로 디스커버리를 추진하면서 이번에 최초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개정된 상생협력법의 핵심내용은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를 통한 사실 조사 △법정 외 당사자 신문 △법원의 자료 보전 명령 등이다.

전문가를 통한 사실 조사는 K디스커버리로 불린다. 기술자료 유용행위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신청인이 요청하면 전문가를 통한 사실조사가 이뤄진다. 전문가는 법원이 지정한다. 전문가는 당사자(소송 대상)의 사무실 공장 등의 방문과 자료열람 등의 조사를 수행한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법원이 증거능력으로 인정할 수 있다.

소송에서 법원이 결정하면 당사자 간 신문을 할 수 있게 됐다. 녹음 영상녹화 등의 신문 내용은 법원에 증거물로 제출할 수 있다. 법원의 자료 보전명령은 증거자료의 훼손과 멸실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자료제출명령권’도 법안에 명시됐다. 법원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관련 사건의 실체파악과 신속한 재판 등을 위해 중기부에서 수행한 행정조사와 관련한 자료제출을 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수·위탁거래 체결 이전에 발생한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해서도 해당 법령을 적용할 수 있도록 보호범위를 확대했다.

한성숙 장관은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의 도입은 기술탈취 피해 중소기업이 증거접근권을 확보하는 제도적 전환점”이라며, “공정한 시장 환경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상생법의 디스커버리(Discovery) 도입이 특허법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사법시스템에서 흔히 사용되는 사전증거개시 제도다. 소송 당사자들이 재판 전에 서로가 보유한 정보를 공유하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진실에 기반한 판결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장치인 셈이다.

국내에서 첫 디스커버리 도입 움직임은 지식재산 보호를 위한 특허법 개정이었다. 21대 국회에서 입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반대로 무산됐다. 여전히 소재부품장비와 반도체 일부 기업들이 특허법의 디스커버리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지식재산 관련 업계와 벤처업계는 특허법에 디스커버리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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