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부동산신탁 ‘책임준공 미이행’ 110억원 배상

2026-01-30 13:00:20 게재

준공 지연 시 ‘대출원리금 전액 손해 약정’ 인정

법원 “실제 손해액 무관, 약정 원리금 지급해야”

주상복합 개발사업에서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한 신탁사가 대주단에 대출원리금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신탁사 책임준공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범위를 ‘실제 발생한 손해’에 국한하지 않고 ‘약정된 대출원리금 전액’으로 폭넓게 인정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4부(김창모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에스원비전제일차 주식회사(에스원비전) 등 대주단(돈을 빌려주는 금융사)이 KB부동산신탁(KB신탁)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KB신탁이 에스원비전에 100억원과 이에 대한 연체이자율 적용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A사에 대해서도 대출원금 10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사건은 2020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주단은 한 주상복합시설 신축 사업에 총 1430억원을 대여하기로 약정했고, KB신탁은 해당 사업 시행사와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KB신탁은 사업 수탁자로 대주단에 ‘책임준공확약서’를 교부했다. 약정된 책임준공 기한은 최초 대출일로부터 40개월 후인 2023년 6월로 정해졌다.

그러나 공사가 지연되면서 사용승인은 기한을 1년 넘긴 2024년 6월에야 이뤄졌다. 이에 대주단 원고들은 “책임준공 의무를 위반했으니 약정에 따라 대출원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2025년 3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KB신탁측은 “해당 약정은 책임준공의무 미이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만 배상한다는 취지”라며 “대출원금 전액을 손해로 배상할 의무는 없다”고 맞섰다. 준공 지연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만 부담하면 된다는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책임준공기한 내 준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출원리금과 지연손해금을 손해로 간주해 지급하도록 한 약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쟁점이 된 약정은 대출약정, 신탁계약, 책임준공확약에 이르기까지 수차례에 걸쳐 반복강조됐다”며 “약정 체결 당시 당사자들의 의사는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으로 인한 손해 발생 사실과 손해액에 대한 증명 곤란을 방지하기 위해 손해배상액을 ‘대출원리금 및 연체이자’로 명확히 특정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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