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증권, 사모사채 투자자에 10억원 배상”

2026-01-30 13:00:19 게재

대봉엘에스 등 6명 부당이득 반환소송

서울중앙지법 “투자자 보호 의무 소홀”

한국투자증권이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면서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아 거액을 배상하게 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0부(김석범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대봉엘에스 등 투자자 6명이 ‘사모사채 계약은 무효’라며 한투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피고는 총 10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따르면, 한투증권은 2022년 3월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 오피스텔 개발사업을 추진하던 시행사, 대주단과 함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전 브릿지대출을 약정했다. 대주단은 이를 위해 555억원 규모 사모사채를 발행했고 한투증권이 이를 인수해 판매에 나섰다.

이 사모사채는 △1순위 우선수익권을 담보로 연 4.8% 이자를 받는 트랜치A(345억원) △2순위 우선수익권을 담보로 연 9% 이자를 받는 트랜치B(165억원) △3순위 우선수익권을 담보로 연 19% 이자를 받는 트랜치C(45억원)로 분류됐다. 만기는 PF 대출 예상시점 2022년 10월까지 6개월이었다. 대봉엘에스가 23억원을 투자하는 등 원고 6명이 50억원 규모의 트랜치B 사모사채를 매수했다.

그러다 만기가 임박한 2022년 10월 사업 시행사는 만기를 두달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주단은 기존 사모사채와 동일하지만 만기가 두달 늘어난 내용의 사모사채를 발행했고, 한투증권은 이를 인수해 다시 원고들에게 판매했다. 두달 동안 이자를 선지급하는 조건이 붙었다. 원고들은 당초 만기일인 2022년 10월 31일 변경된 사모사채를 사들였다.

하지만 시행사는 이자 선지급 조건을 지키지 못했다. 한투증권은 같은 해 11월 ‘시행사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개발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므로 대출만기 연장 효력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내용증명을 원고들에게 보냈다.

결국 사업은 좌초됐고 2023년 9월 개발사업 부지 공매절차가 시작됐다. 1회 입찰가는 749억원이었지만 7회 입찰가 398억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유찰됐다. 지난해 10월 기준 하한가 324억원에 재공매 절차가 진행중이다. 선순위 트랜치A(345억원) 투자자에게 돌아갈 몫보다 적은 액수로, 2순위 투자자들의 손실은 확정적이다.

이에 원고들은 “한투증권이 변경된 사모사채 발행을 무효라고 인정했기에 매수계약은 무효”라며 피고가 투자원금과 법정이자를 반환해야 한다고 소송을 냈다. 또 “한투증권 직원들이 만기가 임박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상황에 따라 만기 연장 이전에 상환될 수 있다’ ‘2개월 내 엑시트가 가능하다’ 등 기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투증권이 변경된 사모사채 발행을 무효라고 인정했다고는 볼 수 없다. 또 시행사의 조건 미충족 가능성을 알고 있던 상태에서 투자를 권유해 원고들을 기망했다고까지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초 대출약정의 만기 연장을 위해 변경된 사모사채를 발행하게 된 원인은 부동산 PF 및 채권시장의 경직 등 경제상황 변동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바 피고 직원들이 한 설명과는 무관하게 해당 사모사채에 수반되는 전형적인 투자위험이 현실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한투증권의 투자자 보호 소홀은 인정됐다. 한투증권 직원들은 2022년 3월 투자권유 이메일에서 ‘2022년 10월 본 PF 시행과 동시에 브릿지론 전액 상환 예정’ 등의 내용을 담았다. 같은 해 4월에는 한 직원이 투자자에게 ‘허가가 나지 않더라고 당사가 전체 금액을 인수해 본 PF로 가져갈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한투증권이 후순위 트랜치C 45억원 매수’ 등의 표현을 썼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는 금융소비자보호법 21조 1호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확실하다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는 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부당권유행위 금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또는 민법상 불법행위책임에 따라 원고들이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 피해액(50억원)의 20%인 1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내 최대 규모 증권사인 피고가 가장 위험성 높은 후순위 트랜치C 대출채권의 대주로 참여하고 본 PF 대출 대주로 참여하게 될 것을 암시한 점은 원고들에게는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투자원금 회수 가능성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에 해당한다”며 “피고는 확정되지 않거나 잘못된 투자 판단을 유인할 수 있는 사실과 표현으로 합리적 판단을 하도록 투자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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