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의 승부수…‘서울·중도’ 잡는다
이재명정부와 국힘지도부 모두 저격
집값대책 각 세우고 “장동혁 물러나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30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는 정부의 1.29 부동산 대책에 즉각 반박 입장을 내놨다. 정부 발표가 있은지 불과 3시간이다.
서울시가 정부 대책을 아예 외면한 것은 아니다. 시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두고 “공급에 집중한 점은 인정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요구한 정비사업 규제완화,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검토 등이 빠져 있다는 이유로 정부 대책에 각을 세웠다.
정치권에선 정부와 서울시 입장 차를 주택공급 방식에 대한 접근법 차이로만 볼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려면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지만 이는 공급 물량 확보의 책임을 정부에 전가하려는 의도가 포함된 전략이라는 것이다.
토허제 해제도 마찬가지다. 서울 집값 상승 및 시장 불안, 허가지역 이외로 집값이 번지는 풍선효과 등도 이를 해제하지 않은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미룰 수 있는 소재다.
같은날 오 시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당대표를 향해 “즉각 물러나라”고 저격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제명, 당 내홍을 극한으로 몰고 있는 장 대표를 향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며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다.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오 시장 주변에선 오 시장의 장동혁 지도부를 향한 저격은 예고돼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대표 취임 직후부터 강경 지지층 중심의 당 운영을 펼쳐온 장 대표에게 오 시장은 불만이 많았다. 가뜩이나 탄핵으로 불리한 정치 지형에서 세 확장은커녕 갈수록 쪼그라드는 당 때문에 더욱 어려워진 선거 판세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를 향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오 시장 행보는 그를 지지하는 이른바 중도·개혁 보수 그룹들과 연관지어 해석될 수 있다. 오 시장은 원내에 이렇다할 교두보나 친오세훈이라고 불릴만한 의원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오랜 야인 생활을 통해 국회에 진출하지 못한 수도권 원외 그룹들과 친분을 쌓았고 그들의 좌장 역할을 해왔다.
특히 정치 바람에 민감한 수도권 유권자들 선택을 받아야 하는 국민의힘 원외위원장들은 중도 이미지를 갖춘 오 시장과 이른바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강경 일변도로 흐르는 당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자신도 중도 확장이 절실한 상황에서 장 대표에 대한 공세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오 시장이 장 대표의 한동훈 제명을 계기로 당을 향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탄핵과 대선 정국에서 갈팡질팡하던 모습에서 자기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정부와 장 대표를 동시에 공격하는 오 시장 전략이 중도층 공략에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비판만 가지고는 시민의 선택을 받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혼탁한 정국에서는 공격이 유효하지만 선거는 차분히 미래를 판단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오 시장 행보를 보면 재건축 재개발 사업 대출규제 완화, 시내버스의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요청 등 문제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날카로운 비판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스스로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비판에만 능한 정치인이 아닌 대안을 가진 지도자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