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재인상 방침에 협의 본격화
김정관·러트닉 워싱턴 회동 … “아직 결론 안났다”
미 ‘대미투자법’ 놓고 연쇄 압박 … “조속 처리 의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9일(이하 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만나 관세 재인상 방침에 대한 양국 의견을 교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 재인상 방침을 기습적으로 밝힌 후 한미 통상 협의가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중 워싱턴에 도착해 추가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 장관은 이날 워싱턴 상무부 청사에서 러트닉 장관과 회담을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많은 대화들이 있었다. 내일 아침에 한 번 더 이야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장관의 만남은 1시간여 지속됐다.
첫 만남에서 양국 의견이 합의점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관세 재인상을) 막았다 안 막았다 그런 이야기까지는 안 갔다.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날 만남에서 한국 정부의 대미투자특별법 조속 처리 의지 등을 강조하며 미국 측을 설득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앞서 공항에서 “우리 국내 입법 진행 상황에 대해 오해가 없도록 잘 설명하고, 미국과의 협력·투자와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그런 내용을 충실히 잘 설명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에 이어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밤늦게 워싱턴에 도착한다. 여 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관세 재인상 문제는 물론 대미 투자 및 디지털 규제 등 한미 간 통상 현안 전반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지난 해 한미 관세 협상 당시 가동됐던 한미 통상 라인이 재가동된 셈이다.
여 본부장은 워싱턴으로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이) 한국의 입법 과정을 보면서 한미 간 합의 내용이 이행되지 않는다는 인상을 가진 것 같다”며 “미국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합리적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다각도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주요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6일 SNS를 통해 관세 재인상 방침을 밝힌 이후 연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28일 미 CNBC방송에 출연해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승인하지 않았다”며 “그 전까지는 한국과의 무역합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재차 한국 국회를 저격했다.
정부는 미국 당국자들의 언급이나 각종 해석에 대해 공개적인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양한 해석과 반응이 있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조 현 외교부 장관은 미국의 관세 재인상 예고를 쿠팡 등 디지털 규제 등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하는 데 대해 경계하는 입장을 밝혔다. 조 장관은 29일 관훈토론회에서 “우리 스스로 연계해 해석하는 것은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미국과 협상에서 위치를 낮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관세 리스크 관련 공개 언급을 자제하는 한편 국내 정치에 집중하며 차분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는 청와대에서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를 열고 창업 열풍 조성방안에 대해 민간 창업가 및 정부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김형선·이재호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