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양승태 2심 유죄 … ‘징역 6개월 집행유예’ 즉각 상고
1심의 ‘전부 무죄’ 뒤집혀, 재판개입 일부 인정
법원 “사법행정권 외양 빌린 직권남용” 판단
‘사법농단’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1심의 전부 무죄 판단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양 전 대법원장측은 판결에 불복해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4-1부(박혜선 오영상 임종효 부장판사)는 3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 전 대법관에게도 같은 형이 선고됐다. 고영한 전 대법관은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은 모두 문제가 된 시기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재판 개입에 대한 직권남용 성립 범위를 넓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판 개입은 사법행정권자의 직무 권한이 아니므로 직권남용이 될 수 없다”고 본 1심 판단과 달리, “사법행정권의 외양을 빌려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일부 하급심 재판에 개입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앞서 판단 대상 혐의에는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소속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등이 포함된 바 있다.
재판부는 “재판의 독립은 양보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이며, 신뢰 없이는 법치주의가 유지되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재판의 독립이 훼손되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또 사법부 내에서 피고인들이 차지했던 지위와 역할, 이에 대해 국민이 가졌던 기대와 신뢰를 고려하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개인적 이익을 취하려는 부정한 의도는 아니었던 점, 수십 개 혐의 중 대부분이 무죄로 판단된 점,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사회적 비난에 노출돼 적지 않은 불이익을 겪은 점 등을 고려해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재임 시절 각종 재판 개입과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헌법재판소 견제 등 총 47개 혐의로 2019년 2월 기소됐다. 1심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이 가운데 일부 재판 개입을 직권남용으로 인정했다.
선고 직후 양 전 대법원장측 변호인 이상원 변호사는 “즉각 상고하겠다”며 “확립된 직권남용 법리에 반하는 판단이고, 항소심에서 1심과 다른 사실인정을 하면서도 절차에 따른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법원에서 무죄로 결론이 바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