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2심, 재판개입 일부 유죄…강제징용 등 사건 무죄

2026-01-30 17:14:38 게재

통진당 행정소송·한정위헌 사건만 직권남용 인정

“형식은 사법행정, 실질은 재판 개입”… 범위 한정

‘사법농단’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항소심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가운데, 재판부가 어느 부분을 유죄로 보고 어느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는지를 선고 내용을 토대로 살펴본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4-1부(박혜선 오영상 임종효 부장판사)는 3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 전 대법관에게도 같은 형이 선고됐고, 고영한 전 대법관은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판 개입에 대한 직권남용 성립 가능성을 1심과 달리 인정하면서도, 방대한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보지는 않았다. 재판부의 선고 내용을 보면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등은 1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도 모두 무죄로 판단이 유지됐다.

반면 재판 개입의 성격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라고 판단된 일부 사안에 대해 직권남용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한정위헌 취지 위헌제청결정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에 직권 취소 및 재결정 의견을 전달한 행위,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국회의원 지위 확인 행정소송 항소심 과정에서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 한 행위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사법행정권자가 보고나 검토, 의견 전달의 형식을 취했더라도 그 실질이 개별 재판의 결론이나 진행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허용된 사법행정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법행정권의 외양을 빌려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경우 명백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행정부나 정치권에 이익을 제공하려 했다는 점, 광범위한 법관 사찰이나 블랙리스트 작성, 헌법재판소 전반에 대한 조직적 개입 등 검찰이 제기한 다수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관 인사, 연구회 활동 제한, 법관 온라인 카페 대응, 대한변협 압박 시도 등도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재판의 독립은 양보할 수 없는 헌법적 가치”라면서도, 개인적 이익을 취하려는 목적은 없었던 점, 47개 공소사실 가운데 일부만 유죄로 인정된 점, 장기간 수사와 재판으로 사회적 비난에 노출된 점 등을 고려해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서울=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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