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일 기준 장해연금 산정’ 규정 합헌
헌재, 재판관 5명 ‘헌법불합치’
6명 정족수 미달로 합헌 결정
퇴직 후 공무상 질병으로 장애 상태가 된 경우라도 퇴직 당시 소득을 기초로 장해연금액을 산정하도록 한 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9명 중 5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지만 위헌 결정을 위한 심판정족수인 6명을 채우지 못해 합헌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소장 김상환)는 지난달 29일 옛 공무원연금법 27조의 공무상 장해연금 관련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대 5(헌법불합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장해연금 산정은 급여의 사유가 발생한 날(퇴직 후 급여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퇴직일 전날)이 속하는 달의 기준소득월액을 기초로 한다’고 정했다. 공무원연금법에서 재해보상 부분이 분리되면서 현재 해당 내용은 공무원 재해보상법에서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공무원이던 A씨는 2008년 8월 퇴직한 뒤 2016년 7월 소음성 난청 장해진단을 받았다. 공무상 장애가 인정되자 공무원연금공단은 장애 확정일 다음 달인 2016년 12월분부터 장해연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장해연금액은 퇴직 시점인 2008년 8월 기준소득월액을 기초로 산정했다.
A씨는 퇴직 당시 소득을 기초로 연금액을 산정한 데 불복해 행정소송을 내고 그 근거 규정이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퇴직 시점부터 장애 확정일 사이 기간에 대한 추가적 보상을 지급하는 규정을 두거나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액을 조정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제공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전남 화순군 공무원으로 일하던 B씨도 1982년 4월 퇴직 뒤 2016년 뒤늦게 공무상 장애를 인정받고서 같은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서울행정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제청했다.
헌재 심리 결과 재판관 사이에 헌법불합치 의견이 합헌 의견보다 더 많았지만, 헌법불합치 결정 정족수(6명)에는 못 미쳐 합헌으로 결론이 났다.
합헌 의견을 낸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공무원 보수는 일반적으로 계급과 호봉에 따라 결정되므로 ‘퇴직 전날이 속하는 달의 기준소득월액’은 대체로 수급권자에게 가장 유리한 기준”이라며 “공무원 복무 당시의 실제 생활 수준이 급여액에 반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초 공무상 장해연금을 지급받은 이후에는 물가 변동에 따라 연금액이 조정될 수 있고, 공무상 장해연금은 퇴직연금 등 다른 장기급여와 함께 지급받을 수 있다”며 퇴직한 날과 장애 확정일 사이의 물가 변동 문제가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공무상 장해연금에 드는 비용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하는 만큼, 입법자로서는 한정된 재원의 범위 내에서 연금 재정을 적절하게 운용할 필요도 있다고 짚었다.
반면 김상환·정정미·정계선·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공무상 장해연금은 민간 산재보험법상 장해보상연금에 상응하는 제도로 손해배상 또는 손실보상적 급부인 점에 그 본질이 있다”며 “다른 급여수급권에 비해 재산권적 성격이 강하고 보다 엄격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판 대상 조항은 퇴직한 날부터 장애 확정일까지의 물가 변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그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 불합리를 발생시킨다”며 “특히 이런 불합리성은 퇴직한 날과 장애 확정일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클수록 커진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 시간적 간격이 큰 경우 인과관계 증명이 어려워 수급권자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국가 재정 능력에 어려움을 초래할 우려도 없다고 봤다.
이들은 “현재가치에 상당히 미달하는 연금액만을 지급받게 되는 수급권자에 대해 아무런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퇴직 당시 소득을 기준으로 연금액을 산정하도록 한 것은 현저히 자의적이거나 합리성을 상실한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며 “다만 단순 위헌 결정을 할 경우 연금액 산정의 기초가 사라져 법적 공백 상태가 발생하게 되므로 개선 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