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유지권 논의, 국민 방어권으로 확장

2026-02-02 13:00:02 게재

변호사단체 “정의의 안식처”

수사당국 “절대적 권리 아냐”

변호사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ACP)을 둘러싼 논의가 직역 논쟁을 넘어 국민 방어권의 실제 보장 범위를 묻는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ACP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인 지난달 말 성명을 내고, 해당 권리를 “국민 방어권을 보호하는 정의의 안식처”로 규정하며 압수·수색 등 수사 실무에서 실질적으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권리는 형식에 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법무부·검찰은 “취지는 존중하지만 수사의 필요성까지 배제하는 절대적 권리로 받아들여져서는 곤란하다”며 보호 범위와 적용방식에 대해 신중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사단체는 ACP의 본질을 ‘변호사 특권’이 아닌 국민의 비밀유지권이자 방어권으로 규정한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사실관계와 방어 전략을 진실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변호인의 조력은 형식에 그친다”며 “이 권리는 변호사를 위한 특권이 아니라 국가권력 앞에서 국민이 갖는 최소한의 헌법적 안전 장치”라고 말했다. 또 “압수·수색 단계에서부터 비밀자료 접근을 차단하지 않으면 ACP는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며 “변호사 사무실이 더 이상 수사기관의 증거 저장소로 기능하지 않도록 하위 법령의 철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변회도 같은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한 번 열람·복제된 상담 기록과 방어 전략은 되돌릴 수 없다”며 “일단 확보한 뒤 선별하는 관행이 유지되는 한, 비밀유지권은 구조적으로 침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ACP의 본질인 국민의 방어권이 형식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보장·강화되도록, 수사 실무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형사사법의 기본 목적은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에 따른 압수·수색은 헌법이 예정한 수단”이라며 “ACP가 이를 전면적으로 봉쇄하는 방식으로 이해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변호사가 범죄에 관여했거나 법률자문이 범죄 실행을 돕는 경우까지 보호된다면 ACP가 범죄의 방패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도 “변호사 비밀유지권의 취지는 존중돼야 하지만, 공익과 수사를 중대히 침해한 때는 배제가 불가피하다”며 “구체적 사안별로 균형 있게 적용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행령과 실무 기준을 통해 실체 진실 발견이 저해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쟁점은 ACP의 작동 방식이다. 변호사단체는 ‘접근 차단’ 없는 권리는 무력하다고 보는 반면, 수사당국은 ‘사후 통제’로 조정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예외 조항의 해석 범위 역시 향후 위헌 다툼의 핵심으로 꼽힌다. 변호사단체는 “예외가 넓어지면 ACP는 항상 예외가 된다”고 경고하고, 법무부는 “남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맞선다.

결국 ACP를 국가가 넘지 말아야 할 헌법적 한계로 볼 것인지, 공익과 수사를 고려해 조정 가능한 권리로 볼 것인지는 시행령과 재판을 통해 축적될 판례에 따라 가려질 전망이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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