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대입, 의대 정원 복귀·불수능에 안정지원 뚜렷
수시·정시 모두 눈높이 낮춰 … 서울권 경쟁률 하락, 지역 거점 국립대 선전
정시 지원이 마무리되고 2026 대입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엔 대입을 둘러싼 우려가 컸다. 황금돼지띠 고3의 증가와 의대 정원 복귀로 주요 대학의 경쟁률이 상승할 거란 이야기가 들렸고 여기에 불수능이 덮치면서 많은 수험생이 골머리를 앓았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 속 2026 대입은 수시와 정시 모두 안정 지원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서울권 대학의 경쟁률이 하락하고 지역 거점 국립대가 예상외로 선전했다. 지역의사제가 도입되는 2027 대입에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가올 입시를 대비할 수 있도록 2026 대입의 주요 특징을 짚었다.
2026학년 대입은 2007년생 황금돼지띠의 입시로 주목받았다. 고3 학생 수가 전년 대비 약 4만명 증가해 주요 대학의 경쟁률이 상승할 거란 예측이 쏟아졌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주요 대학의 수시 경쟁률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경쟁률이 상승한 대학은 그 폭이 크지 않았다. 특히 교과전형의 하락세가 눈에 띄었다.
◆고3 4만명 증가에도 서울권 경쟁률 하락 = 정시는 서울 지역 대학의 경쟁률이 제자리인 데 반해 그 외 지역 대학의 경쟁률은 상승했다. 경기·인천 지역 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6.59대1에서 6.92대1로 소폭 상승했고 강원은 4.26대1에서 6.22대1로 대구·경북은 3.67대1에서 5.58대1로 눈에 띄게 올랐다. 이로 볼 때 수시와 정시 모두 안정 지원 경향이 뚜렷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당해 지원자의 조심스러운 선택이 눈에 띄었다고 말한다. 최근 수험생은 커뮤니티나 대학·학원 설명회 등에서 직접 입시 정보를 접하는 비중이 커진 데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제공되는 대입 관련 뉴스에도 큰 영향을 받는 경향이 뚜렷하다. 경쟁률이 높아질 거란 예측이 쏟아지며 불안감을 느낀 수험생들이 합격 가능성을 우선해 지원 전략을 세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3 지원자 수 증가와 불수능으로 주요 대학의 경쟁률이 떨어진 가운데 지역 거점 국립대가 선전했다. 10개 대학 중 강원대(강릉·원주)의 수시 경쟁률은 2025학년 5.55대1에서 2026학년 7.33대1로 상승했고 경북대 역시 11.78대1에서 13.37대1로 상승 폭이 컸다.
경상국립대 전북대 제주대 역시 상승세를 보였고 경쟁률이 하락한 대학은 대부분 그 폭이 크지 않았다. 다만 이를 두고 지역 대학 전반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설이태 광주 서강고 교사는 “지역 거점 국립대의 지원율이 치솟은 데 비해 지방 사립대는 선호도 높은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비롯한 첨단 분야 학과의 경쟁률이 높았고 인문계열 학과는 생각만큼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며 “합격 가능성이 높으면서 취직이 용이한 대학을 선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설 교사는 “특히 올해는 2028 대입을 앞두고 안정적으로 지원하려는 경향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재수는 마지막 선택형 수능에 몰린 수험생과 경쟁해야 하고 삼수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모두 대비해야 해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028학년 수능부터는 선택 과목이 없는 통합형 수능이 시행되는 만큼 현 수험생들이 재도전보다 합격을 우선시했다는 평가다.
◆9월 모평 후 지원 전략 수정 불가피 = 악명 높았던 2026학년 수능 역시 수험생의 안정 지원을 유도했다. 수시의 경우에는 이미 9월 모의평가 이후 눈높이를 낮춘 학생이 적지 않았다.
2026학년 9월 모평은 6월보다 어려웠다고 분석하는 이가 많다. 시험 난도가 높을수록 표준점수 최고점도 높아지는데 6월 137점이었던 국어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9월 143점으로 올랐다.
수학은 선택 과목 문항이 까다로웠다는 평가가 많았다. 무엇보다 영어 1등급 비율이 19.1%에서 4.5%로 하락하면서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충족을 목표로 하던 학생의 고민이 컸다. 6월 모평 결과를 바탕으로 지원 대학을 결정했다가 성적이 떨어진 재학생은 계획을 다시 점검해야 했다.
기대연 경북 현일고 교사는 “9월 모평 결과를 보고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거라고 걱정하는 학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3개 영역 등급 합 7 정도의 최저 기준도 부담스러워하는 재학생이 상당했다”며 “상대적으로 최저 기준이 여유로운 대학에 지원하다 보니 오히려 선호도 높은 대학에 지원하는 사례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불수능 여파가 겹쳤다. 2026 수능은 수험생 사이에서 까다롭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7점으로 전년에 비해 8점 올랐다. 영어 영역의 1등급 비율은 3.11%로 2018학년 절대평가 전환 이후 최저치였다. 상위권에서도 수시에서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희망 순위가 낮았던 대학에 등록한 학생이 속출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학생들의 최저 충족률은 얼마나 하락했을까. 경희대에 따르면 2026 수시 교과전형인 지역균형전형의 평균 최저 기준 충족률은 63.8%로 전년 64.3%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계열별로 보면 의약학계열과 인문 계열의 하락 폭이 눈에 띈다.
인문계열은 전년 66.0%보다 5.9%p 하락한 60.1%를 기록했고 의약학계열은 전년 42.2%보다 4.3%p 하락한 37.9%를 각각 기록했다. 경희대는 의예과 한의예과 치의예과 약학과는 국어 수학 탐구 영어 중 3개 영역 등급 합 4 이내이면서 한국사 5등급 이내의 최저 기준을 뒀다.
◆정시도 안정 지원 경향 뚜렷 = 최저 기준 충족에 실패해 정시로 넘어온 수험생은 도전적인 선택을 하기가 어려웠다. 정시를 주력으로 생각한 학생도 예상치 못한 점수를 받아 위축된 것은 마찬가지였다.
설 교사는 “특히 비수도권 지역의 중소도시와 도농 지역으로 갈수록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학생이 대규모로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상위권 학생 중엔 의약학 계열의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보험 삼아 지원했던 서울 소재 대학의 자연계열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정시에선 안정 지원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시 상담 사례를 보니 인문계열에서는 고려대나 연세대 합격선에 해당하는 성적임에도 합격선이 낮은 다른 서울권 대학에 지원한 사례가 꽤 있었다는 게 설 교사의 전언이다.
오창욱 광주 대동고 교사는 “학생들이 실제 체감한 수능 난도가 매우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상위권 학생 중에는 의대를 목표로 수능에 재도전했다가 가채점 결과를 보고 포기한 사례도 있었다”며 “서울권 대학 자연계열 학과에 수시 면접을 보고 합격했는데 후에 다시 확인해보니 의대 합격선에 들어오는 성적대였다”고 부연했다.
◆의대 지원 감소로 경쟁률 소폭 상승 = 의대 정원은 2026 대입의 뜨거운 감자였다. 당초 계획은 전년보다 500여명 더 많은 4978명을 선발하는 것이었지만 의료계와의 협의를 거쳐 2024학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선발 인원이 줄었으니 경쟁률과 합격선이 상승할 거라는 예상이 나왔으나 지원 인원이 크게 줄며 상황이 바뀌었다.
수시에서는 전체 지원 인원이 약 2만명 줄면서 예상과 달리 경쟁률이 소폭만 상승했다. 수도권 지역 의대는 경쟁률이 하락했지만 비수도권 지역 의대는 경쟁률을 유지했다.
정시에서도 비수도권 지역 의대가 강세를 보였다. 전체 경쟁률은 6.26대1에서 5.85대1로 소폭 하락했다. 이중 수도권 지역 경쟁률은 4.44대1에서 4.10대1로 하락한 반면, 비수도권 지역은 9.15대1에서 9.75.0대1로 상승했다. 의약학계열을 희망하는 최상위권 학생을 중심으로도 안정 지원 경향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의대를 지망했던 최상위권은 어디에 지원했을까.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 축소에 부담을 느낀 학생이 지역 의대나 약대 그리고 주요 대학 자연 계열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오 교사는 “광주 지역에서 전남대 의대 합격이 기대됐던 학생은 보통 서울권 의대에 함께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번엔 같은 지역 내 사립대인 조선대 의대에 동반 지원한 경우가 대다수였고 해당 대학의 합격선도 높아졌다”고 부연했다.
진수환 강릉명륜고 교사 역시 “의대 정원이 줄면서 지역 자연 계열 최상위권의 의대 도전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강원 지역에서는 내신 1.5등급대 학생이 도내 의대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하지 않고 서울권 대학의 자연 계열에 지원한 경우가 많았다”며 “2.0등급대로 지역 의대에 도전한 학생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첨단학과로 관심 이동 = 정제원 서울 숭의여고 교사는 “2026학년 대입에서 서울 지역 수험생은 지역 의대에 지원하기엔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일반전형의 모집 인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신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학과를 향한 관심이 늘었다”며 “취업까지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의대와 사회에 빨리 진출할 수 있는 일반대학 사이에서도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시 26개 의대 일반전형 지원 현황을 보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가 뚜렷하다. 서울 소재 주요 의대인 서울대는 경쟁률이 3.55대1에서 3.31대1로 하락했고 중앙대도 3.88대1에서 2.95대1로 떨어졌다.
반면 비수도권 의대는 상승세를 보였다. 대구가톨릭대는 15.18대1에서 19.4대1로 고신대는 24.61대1에서 28.25대1로 각각 상승했다.
전남대 역시 7.05대1에서 8.87대1로 경북대는 6대1에서 7.5대1로 올랐다. 의대 정원 축소로 인해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합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비수도권 지역 의대로 지원을 분산한 결과로 분석된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