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기소한 특검 ‘불기소 외압’ 조준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CFS 전현직 대표 재판행
검찰과 상반된 결론 … ‘무혐의 압력 의혹’ 수사 속도낼듯
안권섭 상설특별검사팀이 노동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전·현직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당초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과 상반된 결론을 내린 특검팀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 외압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전날 엄성환 CFS 전 대표이사와 정종철 현 대표이사, CFS법인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12월 특검이 출범한 후 첫 공소제기다.
엄 전 대표 등은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앞서 CFS는 지난 2023년 5월 26일자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 퇴직금 지급 규정을 ‘일용직 근로자도 1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기간만 제외’에서 ‘1년 이상 근무하고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경우’로 바꿨다. 근무기간 중 4주 평균 주당 15시간 미만인 기간이 끼어있으면 퇴직금 산정 기간을 그때부터 다시 산정하도록 한 것이다. ‘리셋 규정’이라 불린 이같은 규정으로 인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가 대폭 줄었고, 퇴직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의 고소가 이어졌다.
특검팀은 취업규칙이 이렇게 변경되기 한 달여 전부터 CFS가 내부 지침을 바꿔 근로자의 법정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파악했다. 2023년 4월 1일부터 ‘일용직 제도 개선안’을 통해 노동자들의 의견을 전혀 청취하지 않고 외부의 법률자문도 받지 않은 채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 지급기준을 일방적으로 변경, 시행했다는 게 특검팀의 설명이다.
특검팀은 그 후속 절차로 이뤄진 취업규칙 변경 과정에서도 절차적 하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이 변경될 경우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CFS가 이같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당시 쿠팡 내부 문건에는 ‘일용직 사원들에게 연차, 퇴직금, 근로기간 단절의 개념을 별도로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며 이의제기시 개별 대응함’ 등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공소제기가 가능한 퇴직금 미지급 사건들을 취합해 노동자 40명의 퇴직금 1억2000여만원을 피해액으로 특정하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특검팀은 “당시 쿠팡의 채용 규모와 장래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 채용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의 실체는 공소사실에 포함된 미지급 금액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규모의 근로자 권익 침해 시도를 통해 회사의 이익을 추구한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CFS의 퇴직금 미지급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만큼 이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던 검찰의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으로부터 기소 의견으로 CFS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넘겨받은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은 지난해 4월 무혐의 처분했는데 같은해 10월 이 사건을 수사했던 문지석 부장검사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윗선의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외압 의혹이 불거졌다. 자신과 주임검사는 CFS의 취업규칙 변경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으나 상급자인 당시 엄희준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차장검사가 무혐의 처분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게 문 부장의 주장이었다.
임 전 지청장은 대검에 문 부장검사의 의견까지 모두 보고했고 대검의 지휘를 받아 최선의 결론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4일 오전 김 전 차장검사를 2차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오는 9일에는 엄 전 지청장에 대한 2차 피의자 조사를 할 예정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쿠팡의 퇴직금 미지급 혐의와 검찰의 불기소 처분 외압 의혹에 대한 판단은 별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쿠팡이 대관조직을 이용해 고용노동부 등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