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크리스퍼 RNA 변형 원리 규명
‘비염기 상태’ 발견으로 유전자 가위 비표적 문제 해법 제시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지성욱 교수 연구팀이 유전자 편집 기술의 핵심인 크리스퍼(CRISPR) RNA에서 새로운 화학적 변형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고, 이를 통해 유전자 가위의 고질적 한계로 지적돼 온 비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제시했다.
8일 고려대에 따르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미생물이 외부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면역 체계에서 유래한 기술로, 가이드 역할을 하는 크리스퍼 RNA가 목표 DNA를 인식하면 Cas9 단백질이 해당 부위를 절단해 유전자를 교정한다. 그러나 치료에 적용할 경우 목표 유전자 외에 서열이 유사한 다른 유전자까지 함께 절단하는 비표적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이 문제의 해법을 크리스퍼 시스템이 처음 발견된 미생물 자체에서 찾았다. 연쇄상구균을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 감염 과정에서 크리스퍼 RNA의 일부 염기가 제거돼 정보가 비어 있는 ‘비염기 상태’로 변형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 변형은 활성산소에 의해 유도되며, 과도한 유전자 가위 활성으로부터 미생물 자신의 유전체를 보호하는 자연적 조절 장치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토대로 비염기 구조를 포함한 새로운 가이드 RNA를 설계했고, 이를 통해 기존 크리스퍼 기술보다 비표적 현상을 크게 줄이면서도 높은 유전자 교정 효율을 확보했다.
실제 생쥐 실험에서는 기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사용 시 보고됐던 간독성이 관찰되지 않았고, 간암 생쥐 모델에서는 종양 성장 억제 효과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생체 내 적용이 가능한 보다 안전한 유전자 치료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 교수는 “자연에서 이미 검증된 생화학적 조절 원리를 유전자 편집 기술에 적용한 사례”라며 “간단한 화학적 변형만으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안전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화학 생물학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인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에 5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국가연구소사업(NRL2.0), 선도연구센터사업, 리더연구자지원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