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경포당’ 국민의힘

2026-02-09 13:00:01 게재

노무현정부 시절, 당시 야당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노 대통령을 ‘경포대’라고 비아냥거렸다.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란 뜻이다. 노 대통령이 정치에만 관심을 쏟고 경제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었다. ‘경포대’ 프레임에 빠진 노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갈수록 떨어졌고, 여당은 전국선거에서 연전연패했다.

대통령을 ‘경포대’라고 놀렸던 국민의힘이 이제는 ‘경포당’이란 비야낭을 들을 판이다. 이번에는 경제는 아니고 경기도다. ‘경기도를 포기한 당’으로 전락할 위기인 것이다.

경기도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인구가 압도적 1등이다. 국회의원 선거구도 60석으로, 서울(48석)보다 훨씬 많다. 국민의힘 텃밭으로 불리는 영남 의석을 다 합친 숫자(65석)와 맞먹을 정도다. 경기도를 이기지 못하면 전국선거에서 승리하기 힘든 구도가 된 것이다.

그런 경기도가 어느새 국민의힘에게는 ‘포기한 땅’으로 불린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이겨본 뒤 19대(2012년)부터 22대 총선(2024년)에 이르기까지 네 차례 총선 동안 경기도에서 연패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60석 가운데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민주당은 53석을 싹쓸이했다. 2024년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경기도에서 과반을 넘는 52.50%를 얻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37.95%에 그쳤다. 경기도에서만 132만표 차이가 났다.

전문가들은 경기도 표심 변화를 놓고 “서울 부동산 급등으로 인해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30~50대가 경기도로 많이 밀려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국민의힘이 ‘경포당’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이 수권정당·전국정당을 자임하려면 어떻게든 수도권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경기도를 포기하면 국민의힘은 ‘영남 자민련’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과거 충청도에서만 존재감 있던 자민련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또 다시 ‘수도권 참패론’에 직면해 있다. 경기도는 출마할 후보조차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러다간 경기도에 무공천할 판이다. 대구시장에 출마하겠다고 현역의원이 5명이나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의힘이 ‘경포당’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상식 정당’ ‘탈이념 정당’ ‘경제에 강한 보수’를 해야 한다. 경기도 표심을 얻으려면 ‘계엄을 옹호하는 정당’으로는 어림도 없다. ‘윤석열과의 절연’은 당연한 일이다. 아직도 ‘북괴’ ‘중공’ 타령하면서 성조기 흔드는 꼴보수에서 벗어나야 한다. 30~50대가 관심을 가질 경제정책을 쏟아내야 한다. 국민의힘은 지금부터라도 변해야 한다

엄경용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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