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압승으로 미일동맹 재가속
다카이치 도약과 트럼프의 전폭 지지 … 개헌·재정 논의 시험대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8일(현지시간) “일본이 강하면 아시아에서 미국도 강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를 훌륭한 동맹으로 평가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완전한 분리(disengagement·경제적 탈동조화)는 원치 않지만 위험을 줄이는 디리스킹(de-risk·의존도 축소)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카이치는 승리 확정 직후 공개적으로 화답했다. 엑스(X·옛 트위터)에 영어와 일본어로 감사 메시지를 올렸다. 올봄 백악관 방문과 동맹 강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앞서 트루스소셜에서 다카이치를 “강하고 힘세며 현명한 지도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일본 총선 결과가 일본의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면적 지지도 선언했다. 3월 19일 미일 정상회담 일정도 함께 공개됐다. 양국 정상 간 소통이 빠르게 재개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번 총선 결과는 미일 무역과 안보 공조에 실질적 동력을 제공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 내각은 기존 미일 무역 합의에 따른 대미 투자를 꾸준히 이행해 왔다. 공급망 안정과 첨단 산업 협력도 이어지고 있다.
안보 분야에서는 방위비 증액을 명확히 했다. 제1도련선 방어 공조 의지도 분명히 했다. 미국이 추진해 온 인도·태평양 전략과 방향을 같이한다.
대만 유사시 일본의 집단자위권 발동 가능성을 언급한 다카이치의 발언은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그러나 이번 선거 압승은 일본 유권자 다수가 대중 강경 노선을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주요 언론의 해석도 비슷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중국의 압박이 오히려 다카이치에게 정치적 호재가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수출·관광 압박이 역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일본 사회가 중국의 위협을 실존적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짚은 뒤 일본이 미국과 함께 더 많은 안보 부담을 나눌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다카이치가 경제 정책과 이민, 중국 문제에서 강경한 입장을 통해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고 전했다. 젊은 층의 높은 투표 참여도 정치적 정당성을 강화하는 요소로 분석됐다.
하지만 과제도 만만찮다. 다카이치 내각은 대규모 재정 지출과 군사력 증강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 효과가 기대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부채 부담이 커진다. 방위비를 국내총생산 대비 2% 이상으로 늘리는 계획이 핵심이다. 공격 능력 확대와 무기 수출 규제 완화도 추진 대상이다. 안정적 재원 마련 없이는 정책 지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
헌법 개정 논의도 중요한 시험대다. 자민당과 연립 여당은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방향의 개헌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왔다. 전후 일본의 상징이었던 평화헌법 체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조치다. 미국이 이러한 움직임에 어느 수준까지 지지를 보낼지에 따라 동북아 안보 환경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