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AI 투자 폭주…미 증시는 흔들

2026-02-09 13:00:11 게재

6600억달러 쏟아부을 계획

수익 가시성 흔들려 변동성↑

오픈AI와 앤스로픽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에 속도를 내면서 올해 AI 관련 투자 규모가 66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례 없는 자금이 투입되는 가운데, 막대한 지출이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며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메타플랫폼스 등은 올해에만 6600억달러 이상을 AI 인프라 구축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인터넷 보급기 이후 최대 규모의 기술 투자로, AI 모델 학습과 운영을 위한 데이터센터 확충과 고성능 반도체 확보 경쟁이 본격화된 결과다.

FT는 이 같은 ‘전례 없는 인프라 구축’이 빅테크 경영진에게 주주환원 축소, 현금 보유분 사용, 또는 채권·주식 발행 확대라는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부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는 영업현금흐름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존은 올해 자본지출이 현금창출력을 넘어설 수 있다는 신호를 내놨고, 메타 역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FT는 “자산 경량 모델에서 자본 집약 모델로의 전환에 대한 우려가 기술주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는 시장 평가를 전했다. 현금흐름의 가시성이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불안은 주가 변동성 확대로 이어졌다. 블룸버그 8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앤스로픽의 새로운 AI 자동화 도구 '클로드 코드'가 공개된 이후 소프트웨어, 금융서비스, 자산운용 관련 종목 164개에서 시가총액 6110억달러가 증발했다. AI가 새로운 성장 기회인 동시에 기존 사업 모델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기술주 전반에 매도세가 번졌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또 AI 투자 확대에 따른 불확실성이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단기간에 쏟아지는 기술 혁신과 대규모 지출로 인해 기업 실적 전망의 변동 폭이 커졌고, 이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경우 AI로 인한 수익 구조 변화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주가 변동성이 쉽게 잦아들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AI 투자 확대의 수혜와 부담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시장을 복잡하게 만든다. 반도체와 네트워크, 전력 관련 기업들은 AI 인프라 확장의 직접적 수혜주로 꼽히는 반면, 기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기업들은 경쟁 심화와 수익성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같은 AI 투자 흐름이 업종별로 상반된 주가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결국 시장의 핵심 질문은 명확하다. 6600억달러에 달하는 AI 투자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수익으로 전환될 수 있느냐다. AI가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커진 재무 부담과 주가 변동성은 당분간 글로벌 증시를 흔드는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양현승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