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강풍에 전국 곳곳 피해 속출
교통사고·단수·축사 화재 이어 주택 화재 사망까지 … 재발화 경주 산불 진화
입춘이 지났지만 강력한 한파가 이어진 지난 주말 전국 곳곳에서 각종 사고와 피해가 잇따랐다. 도로 결빙에 따른 교통사고와 낙상, 항공·육상 교통 차질에 이어 상수도관 파열과 축사 화재, 주택 화재로 인한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다.
9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주말 동안 결빙된 도로에서 차량 미끄러짐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왔다. 고속도로와 국도, 도심 간선도로에서 추돌·전복 사고가 이어졌고 일부 구간에서는 사고 수습과 차량 견인 과정에서 교통 통제가 이뤄졌다. 경찰은 블랙아이스와 노면 결빙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고는 특히 낮 동안 녹았던 눈이 밤사이 다시 얼어붙는 시간대에 집중됐다. 새벽과 야간, 교량과 터널 진·출입부, 그늘진 도로에서 사고 위험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과 경기 북부에서는 기록적인 한파로 생활 피해가 집중됐다. 강원 고성 향로봉의 아침 기온은 영하 23.5도까지 떨어졌고, 화천·철원 등 내륙 지역에서도 영하 20도 안팎의 강추위가 이어졌다. 경기 북부와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고드름 제거와 도로 살얼음 관련 신고가 잇따랐고 터널 내부 결빙으로 차량 추돌 사고가 발생해 부상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제주에서는 폭설과 강풍이 겹치며 항공·육상 교통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폭설로 제주국제공항 활주로 운영이 한때 중단되면서 항공편 결항과 지연이 속출했고, 결항 승객은 1만3000여명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임시편 투입과 심야 운항으로 운항은 점차 정상화됐지만 산간 도로 통제와 탐방로 폐쇄, 낙상 사고 등 피해가 이어졌다.
충북 충주에서는 도심 상수도관 파열로 대규모 단수 사태가 발생했다. 연수동 임광아파트 사거리 인근 공사 현장에서 지름 600㎜ 상수도관이 파열되며 도로가 침수됐고, 여러 동 지역에서 수돗물 공급이 약 8시간 동안 중단됐다. 주말 영업을 준비하던 음식점과 상점들이 단수로 영업을 포기하는 등 상권 피해도 발생했다. 충주시는 공사 과정에서의 작업자 실수 또는 한파로 인한 동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산림 당국은 앞서 경주시 양남면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산림 수 헥타르가 소실됐다며 한파 속 강풍과 건조한 날씨가 겹칠 경우 산불이 쉽게 재발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파는 축산 현장에서도 피해로 이어졌다. 강원 홍천군의 한 축사에서는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축사 일부와 볏짚이 소실됐다. 앞서 춘천의 한 양계장에서도 전열기 과열 가능성이 원인으로 지목된 화재가 발생해 육계 수천 마리가 폐사했다. 소방당국은 겨울철 축사 내 온도 유지를 위한 전열기와 난방기구 사용 증가가 화재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주거 공간에서도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인천 미추홀구의 한 단독주택에서는 난방기구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60대 거주자가 숨졌다. 소방당국은 전기장판과 전기난로 등 난방기구의 사용 여부와 전기적 요인을 중심으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주택과 축사 모두에서 인증된 난방기구 사용,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 금지, 노후 배선 점검 등 기본적인 화재 예방 수칙 준수를 거듭 당부했다. 당국은 기온이 오르더라도 밤사이 재결빙과 시설물 결빙 위험이 반복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상청도 눈이 쌓인 지역에서는 낮 동안 녹은 눈이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며 교통·보행 안전은 물론 난방기구와 수도·배관 관리에도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