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마츠 강제동원’ 유족 승소확정
대법, 7300만원 배상인정 원심 판결확정
소멸시효 쟁점판결서 배상책임 잇단 인정
일제 시기 조선인들을 강제 동원한 일본 건설사 니시마츠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 유족들에 대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지난 2018년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을 기준으로 강제동원 유족들의 청구권이 유효하다는 취지의 판결이 거듭 확정된 것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말 강제동원 피해자 김 모씨의 유가족 5명이 니시마츠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사측의 상고를 기각해 유족 배 모씨에게 2000만원, 김 모씨 등 나머지 4명에게 각 1333여만원을 지급하라는 2심 판결을 확정한 것이다. 사측은 유족들에게 배상금 7333여만원과 지연손해금을 물어야 한다.
원고들은 일제강점기 당시 함경북도 부령군에서 니시마츠건설에 강제 동원돼 노역하다가 사망한 이들의 유족이다.
김씨는 일제 시기 강제 동원돼 함경북도 부령군 니시마츠 공사장에서 노역을 강요당하다 해방 이전인 1944년 5월 사망했다. 김씨의 맏며느리 배씨와 손자녀 4명은 2019년 6월 니시마츠건설을 상대로 위자료 상속분 상당액을 배상하라며 이번 소송을 냈다.
소송 쟁점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 대상에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 포함돼 있었는지, 아울러 이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가 소멸했는지였다.
니시마츠건설측은 강제징용 피해자의 보상금 문제는 지난 1965년 6월 한일청구권협정에 포함돼 있는 만큼 유족들의 청구권이 이미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2012년 대법원 판결을 기준으로 계산해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봤다.
민법 766조는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와 관련해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를 인지한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간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으면 이를 주장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1심은 대법원이 신일본제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지난 2012년 5월 24일을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관한 대법의 최종적인 해석이 나온 시점으로 봤다. 그 전에는 유족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던 장애가 있었지만, 이번 소송이 제기된 2019년 6월은 대법원 판단이 나온 지 3년이 지나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유족의 승소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춘식씨 등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한 2018년 10월 30일을 기준으로 잡아, 유족들이 3년이 지나기 전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도 “원고들이 권리행사가 가능하게 된 때인 2018년 10월 30일자 대법 판결이 선고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3년) 내 소송을 제기했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에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에서는 소멸시효가 쟁점이 됐던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잇따라 유족 승소 확정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앞서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 쿠마가이구미 등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례가 나온 바 있다.
법원이 윤석열정부의 해법이었던 ‘3자 변제’(전범 기업이 아닌 한일 재계 단체의 기금으로 배상)가 아닌, 전범 기업의 배상 책임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취지여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니시마츠건설은 일본을 대표하는 토목 기업이자 전범 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2007년 일본 최고재판소가 중국 강제동원 노동자 500여명에게 화해를 권고하자 공식 사과하고 금전적 보상을 지급하기도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