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쿠팡은 외국 기업인가, 전략적 자산인가

2026-02-10 13:00:01 게재

최근 쿠팡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기업 규제의 문제를 넘어 한미 관계, 더 나아가 한국의 경제외교 전략 전반을 되돌아보게 한다.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명백한 기업 책임 사안이 통상·외교 이슈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익숙한 선택지 앞에 서 있다. 쿠팡을 ‘배척해야 할 외국 기업’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관리하며 활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새롭지 않다. 1980~90년대 미국 역시 일본 자본의 공세 속에서 유사한 논쟁을 겪었다. 외국 자본에 대한 반감은 산업 보호와 배척의 논리로 빠르게 확산됐지만, 동시에 “누가 진정 우리 기업인가”라는 질문도 제기됐다. 누가 소유했는가보다 어디에 투자하고, 어디에서 고용을 만들며, 어떤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지가 중요하다는 관점 전환은 이후 미국의 외국인 투자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

지금 한국이 마주한 쿠팡 논쟁 역시 같은 질문 위에 놓여 있다. 쿠팡은 본사가 미국에 있으며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고 외국 자본이 지배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기업의 실질적 활동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쿠팡의 물류 인프라는 한국 전역에 구축돼 있고, 대규모 투자는 한국에서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고용 창출과 소비자 편익 확대, 유통 구조의 변화와 같은 성과가 한국 경제 안에서 나타났다.

쿠팡사태가 부른 기업 국적 논쟁

쿠팡을 둘러싼 논의는 단순한 규제 대상을 넘어 해외 자본과 한국 경제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최근 쿠팡 이사회에서 활동했던 인물이 미국의 핵심 경제를 좌우하는 자리에 오르게 된 사실 역시 상징적이다. 이는 특정 인물에 대한 기대를 넘어, 한국 산업과 시장이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에게 어떻게 인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쿠팡을 통해 축적된 경험과 정보가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기업은 갈등의 대상이 아니라 연결의 매개가 될 수 있다. 이제 기업을 규제와 투자, 보호와 활용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접근은 현실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원칙에 기반한 규제를 분명히 하되, 국가 경제와 통상 환경 속에서 활용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하는 보다 입체적인 시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상경제권에 대한 논의는 보다 중요해진다. 한상은 단순히 해외에 있는 한국계 기업인과 교포들을 의미하는 개념을 넘어, 그들이 축적해 온 사업 경험과 시장 이해, 네트워크를 매개로 한국 경제와 글로벌 시장을 잇는 연결의 축적에 가깝다. 국적이나 지분 구조만으로 이들을 분리하기보다, 한국 산업과 어떤 방식으로 결합되고 확장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정책적으로 의미 있다.

쿠팡의 대주주인 김범석 의장 역시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한국적 뿌리를 가진 교포 기업인으로, 이러한 한상경제권의 틀 안에서 검토할 수 있는 대상이다. 최근 정부가 재외동포와 해외 한상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진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무조건 배척의 대상으로만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해외 자본과 한국 경제의 관계 설정 과제

잘못은 법과 원칙에 따라 분명히 묻되 쿠팡을 배척할 것인가, 아니면 활용할 것인가. 이 선택은 쿠팡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글로벌 자본과 기업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경제 외교 국가로 자리매김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박정은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