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해외주식투자, 미국·고위험 상품에 과도한 집중

2026-02-10 13:00:03 게재

20~30대·고액 투자자 중심 … 남성 고위험상품·종목수 적어

10만명 계좌 중 절반 손실 … 레버리지·인버스 ‘-30%’ 이상

고환율에도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투자가 급증했다. 특히 20·30대와 고액 투자자를 중심으로 해외시장 참여가 확대됐다. 남성투자자들의 경우 여성투자자들보다 보유종목수가 더 적고,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형 증권사 고객 약 10만명의 계좌를 분석한 결과 해외시장 투자자의 약 절반이 만족스럽지 못한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상품(ETP)의 합산 누적수익률이 30% 이상의 손실을 보이는 등 고위험 해외 상장상품 투자에서 성과 부진이 뚜렷했다.

◆소수 종목·특정 상품에 쏠려 변동성 노출 = 10일 자본시장연구원 강소현 선임 연구위원과 김민기 연구위원의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 특징 및 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일부에게는 성과 개선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전반적으로 성과 격차가 크고 고위험 투자로 인한 손실이 두드러졌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들의 전체 수익률을 보면 국내 주식은 ‘–4.7%’ 손실을 기록한 반면 해외주식투자에서는 5.9% 성과를 거뒀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일반 ETP 상품에서는 해외주식상품이 25.7% 이익을 기록했다. 해외시장 투자자의 합산 누적순수익률은 12.9%로 국내시장 투자자(-10.3%)보다 높았지만, 같은 기간 S&P500 지수 수익률(26.3%)을 크게 밑돌았다. 거래비용을 고려하면 수익을 낸 투자자보다 손실을 본 투자자가 더 많았다.

하지만 고위험 상품인 파생상품 ETP에서는 레버리지 –25.8%, 인버스 –43.9% 손실이 났다.

이처럼 수익률이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생형 ETF에 대한 노출은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해외상장 ETF 보유 자산 가운데 2배·3배 레버리지 상품 비중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43.1%에 달했고, 거래 기준으로는 상반기 72.0%를 차지했다.

강소현 연구위원은 “미국 중심 단일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레버리지·인버스 등 고위험 상품 비중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해외시장 투자자의 성과는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큰 구조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ETP는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되는 지수 연동 상품 전체를 통칭하는 상위 개념으로,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상장지수원자재(ETC)를 포함한다.

◆해외주식 보유액 94% ‘미국’ =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로만 집중투자하는 점은 우려되는 사항이다.

올해 1월 말 기준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보관잔액 1783억637만달러(약 259조1700억원) 중 94.3%는 미국 주식이 차지했다.

미국 주식 보관액은 1680억1432만달러(약 244조20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0년대 초반 미국 비중 20% 수준과 비교하면 급격한 증가다.

2020~2022년 기간 연령대별 해외투자 비중을 살펴보면 20~30대 젊은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비중이 특히 높았다. 20대의 경우 해외 ETP 보유금액이 전체 투자금액의 60%를 차지했으며, 30대도 45.5%에 달했다. 반면 50·60대는 해외 ETP 비중이 16.7%, 12.8%에 그쳤다.

자산규모별로는 고액 투자자일수록 해외자산 비중이 높았다. 3억원 초과 투자자의 경우 해외 ETP 비중이 50.4%로 포트폴리오의 중심축이 해외 상장상품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투자자는 여성에 비해 평균 보유종목 수가 적은 반면 위험도가 높은 자산에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고액 투자자들 중심으로 해외시장 참여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 파생상품 투자 증가 = 더욱 우려되는 점은 고위험 파생상품 투자 증가다.

2022년 해외 ETP 중 3배 레버리지 상품이 전체의 81.1%를 차지했다. 국내 ETP는 1배 상품이 72%로 대부분인 것과 대조적이다.

해외주식 보유종목 수는 2020년 840개에서 2022년 1940개로 2.3배 증가했지만, 실질적인 유효종목 수는 10~15개 수준에 불과했다. 겉으로는 분산투자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달랐다.

강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는 분산투자의 기회를 확대한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특정 종목에 대한 자산의 편중, 고위험 상장상품에 대한 과도한 거래 등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분석 기간 중 국내외 증시 간 디커플링이 심화되는 시기에 해외시장 투자자가 평균적으로 국내시장 투자자에 비해 높은 성과를 달성했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특히 해외자산 중에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등 고위험 해외금융상품이나 가격 변동성이 큰 개별주식에 과도하게 집중 투자하는 것은 오히려 기대수익률 대비 위험 노출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작년과 올해와 같이 국내 증시가 해외시장을 상회하는 상황에서는, 수익률 관점에서도 해외투자가 오히려 포트폴리오 성과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 분산투자 계좌 활용도 제고 =

한편 개인형퇴직연금(IRP),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저축성 계좌를 활용해 일반 ETP에 장기 투자한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과가 관찰됐다.

저축계좌 보유 투자자의 합산 순수익률은 5.4%로, 미보유 투자자(-2.8%)보다 8%p 이상 높았다. 이들은 국내주식·해외주식 ETP를 평균 60~70% 보유하며,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 비중이 낮았다.

이에 장기 분산투자 계좌 활용도를 높이고 세제 인센티브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 연구위원은 “정책적 측면에서 장기 분산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 장기보유의 성격을 지닌 IRP와 같은 개인연금계좌, 세제 혜택이 부여되는 ISA 등의 자산관리계좌의 활용도를 높이고, 장기투자에 우대적인 추가 세제 인센티브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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