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반도체 특수에 한국경제 반등 전망 힘실린다

2026-02-10 13:00:02 게재

IB 8곳 한국 성장률 평균 전망치 2.1%로 상향

“AI 특수·내수회복에 성장의 재점화 단계 진입”

트럼프발 관세가 변수, 정부 “인식차 좁히는 중”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잇달아 2%대 초반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어 주목된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인공지능(AI) 특수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 진입이다. 반도체 특수가 수출 회복을 견인하면서 지난해 1%대에 머물렀던 한국 경제가 반등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미국 정부가 한국산 제품 전반에 대해 25% 관세 부과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수출 회복을 기반으로 한 성장 경로에 불확실성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1일 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발표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등이 이런 사정을 반영할 지도 관심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매출액 97조원, 영업이익 47조원을 넘어 2024년에 이어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상향조정하는 성장률 전망치 = 10일 주요 글로벌 IB 8곳이 제시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1월 말 기준 평균 2.1%로 직전 12월 말 전망치(2.0%)보다 0.1%포인트(p) 상향됐다. 정부가 앞서 제시한 성장 전망치인 2.0%를 웃도는 수준이다.

기관별로 보면 씨티가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4%로 높여 가장 높다. UBS가 2.0%에서 2.2%로 높였다. 노무라는 2.3%, 바클리는 2.1%, JP모건은 2.0%,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9%, HSBC는 1.8%를 제시했다.

IB들이 성장률을 상향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수출 전망의 변화다. 씨티는 반도체 수출이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17%, 2분기에는 96% 증가할 것으로 봤다. 연간 기준으로는 달러화 기준 반도체 수출이 54% 증가해 지난해(22%)보다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수출, 민간소비가 경제회복 주도” = BNP파리바는 내수 개선 등을 이유로 우리나라 성장률을 2.3%로 직전 전망치(2.0%)보다 0.3%p 상향 조정했다.

BNP파리바는 “향후 몇 년간 내수가 성장률 개선의 주요 축이 될 것”이라며 “자산 효과와 기저 효과, 확장적 재정 등의 영향으로 소비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노무라도 반도체 수출 개선과 함께 내수 회복 흐름을 반영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2.3%로 제시했다. 특히 민간 소비 성장률이 2.5%로 지난해(1.4%)보다 크게 개선될 것으로 봤다. 노무라는 “한국 경제가 지난해 일시적인 정체 구간을 지나 올해는 성장의 재점화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며 “강력한 기술 수출 모멘텀과 민간 소비의 복원력이 경제 회복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장률 상향의 근거로 제시되는 반도체 업황 개선은 실제 가격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1분기 메모리 가격이 전 분기 대비 80~90%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영향으로 PC용과 서버용 모두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D램 가격은 11.5달러로 전년(1.35달러) 대비 8.5배 수준으로 뛰었다. 전월 대비로도 23.6% 상승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10달러를 넘어섰다.

이 같은 가격 주도형 반도체 수출 확대가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포인트(p)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수출 증가가 전체 수출 개선으로 이어지고, 설비투자와 기업 수익성 회복을 통해 성장률 상단을 지지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정부기관도 미세 상향조정 = 정부 역시 반도체 업황 호조를 성장의 주요 근거로 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반도체 수출 회복과 함께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가 바닥을 다지고 반등할 것으로 보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제시했다.

KDI는 11일 경제전망 수정치를 발표한다. KDI는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1.8%를 제시한 바 있다. 이후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을 2% 안팎으로 제시하면서 KDI의 이번 수정 전망이 어느 수준으로 조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1.0%(반올림 전 0.97%)에 그쳤다.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와중에 올해 성장 경로에 대한 기관별 판단도 엇갈리고 있다.

한은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작년 11월 전망치(1.8%)에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며 “전망치에 어느 정도 상방 리스크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수출 호조와 점진적인 내수 회복 흐름이 상방 요인으로 거론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제시했다. 역시 지난해 10월 전망(1.8%)보다 0.1%p 상향된 수치다. 정부는 지난달 올해 성장률을 2.0%로 전망했고 지난해 12월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는 2.1%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경우 2% 성장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AI 수요에 따른 일방적인 요인에만 성장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관세 불확실성은 변수 = 하지만 미국발 통상 변수가 최대 변수다. 미국 정부가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을 문제 삼아, 한국산 수입품 전반에 대한 관세율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수출을 통한 경기 회복 흐름이 제약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관세인상이 현실화되면 대미 수출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관세율 인상은 수출 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량 감소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전체 수출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수출 품목의 부진이 겹칠 경우 성장률 상단을 끌어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 투자와 수익성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관세 부담이 커질 경우 기업들은 가격 인상이나 마진 축소, 현지 생산 확대 등의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단기적인 수익성 악화와 투자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 개선을 기반으로 한 설비투자 확대 흐름이 약화될 경우 성장률 상방을 지지해온 경로가 일부 훼손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미국 측과의 협의를 통해 관보 게재 등 공식 절차 진행을 지연시키는 한편, 한국 국회와 소통하며 대미투자특별법을 내달 초 처리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서는 양국이 합의한 팩트시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정부 기조에 국회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국회는 대미 투자 이행과 통상 리스크 해소의 시급성을 감안해 2월 중 법안 처리를 목표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최근 관세 이슈로 불확실성이 다시 커진 상황”이라며 “미국과의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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