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벤처생태계 선진화로 다시한번 도약을
지금 세계는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 우주산업 등 신기술이 일상을 뒤흔드는 초변화의 시대다. 이는 단순한 기술진보를 넘어 국가의 경제적 위상과 안보, 나아가 미래주권을 결정짓는 ‘기술패권 경쟁’의 시대가 본격화되었음을 의미한다.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글로벌 강대국들은 자국의 기술생태계 육성에 온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거대한 물결 속에서 대한민국이 선도자로 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혁신생태계의 근본적인 선진화뿐이다.
지금까지 우리 벤처생태계는 정부주도의 ‘마중물’에 의하여 수십년간 성장해왔다. 지난 시간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제 질적으로 다른 단계에 진입했다. 국내 벤처투자시장은 이미 안정적인 수익률을 꾸준히 기록하며 대체투자처로 가치를 충분히 입증해냈다.
그 과정에서 기술창업이 과감히 일어났다. 민간자금의 유입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벤처투자기법 또한 고도화돼 왔다. 이제는 이 에너지가 막힘없이 선순환하고 더 높이 나아갈 수 있도록 물길을 터주어야 한다.
혁신생태계 선진화를 완성하기 위한 첫발은 바로 ‘성장기술주시장’의 선진국화다. 성장주시장이 ‘혁신생태계 일원’으로 고유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유사거래소에 그친다면 생태계는 동력을 잃고 고사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모델은 명확하다. 바로 미국의 나스닥이다. 나스닥은 단순히 상장주식이 거래되는 장소를 넘어 전 세계 혁신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고 성장을 가속하는 ‘혁신의 용광로’ 역할을 수행한다. 시장원리에 입각한 상장제도와 풍부한 유동성, 그리고 실패경험을 자산으로 삼는 관용적시스템은 미국이 기술패권을 유지하는 진정한 원동력이다.
우리 코스닥 역시 기관투자가 비중을 높여 주주가치를 획기적으로 제고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나스닥에는 풍부하지만 코스닥은 매우 부족한 장기 가치투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연이다.
혁신생태계 선진화를 완성하기 위한 실천적인 대안으로 코스닥 상장기업 유상증자를 전문으로 하는 ‘코스닥 30조펀드’ 조성을 강력히 제안한다. 30조원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유동성 공급의 규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대한민국이 혁신생태계 성장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세계시장에 보여주는 것이다.
이 펀드는 유망한 중소·벤처기업들이 글로벌 챔피언으로 도약하는데 끊긴 흐름의 가교역할을 할 것이다. 국민성장펀드의 참여와 연기금, 대형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시장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면 혁신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수 있다. 나아가 이는 선진국형 민간중심 벤처투자시장으로의 전환이 가속화 될 것이다.
기술패권시대에 혁신은 더 이상 성장도구가 아니라 국가생존의 문제다. 우리 벤처생태계의 선진국형 구조화와 최소 30조원 규모의 코스닥 펀드조성을 통해 다시 한번 힘차게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