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회고록’ 피해자에 손해배상 해야

2026-02-12 11:30:22 게재

1·2심 5·18 왜곡 인정… 대법, 상고 기각

5·18단체 소송 제기 9년만 …총 7천만원

5·18민주화운동 역사 왜곡으로 문제가 된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씨 회고록에 대해 대법원이 전재국씨가 관련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최종 판단했다. 소송을 제기한 지 9년 만이며, 상고 제기 3년 4개월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2일 오전 5·18기념재단 등 오월단체 4곳과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두환씨와 출판자인 장남 전재국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오월단체들과 조 신부의 유족들은 전씨가 2017년 4월 펴 낸 회고록을 통해 민주화운동을 비하하고 피해자들을 비난한 책임을 묻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전씨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1979~1980)’ 초판에는 △“‘발포 명령’이란 것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헬기사격은 없었다 △5·18은 ‘폭동’ 외에 표현할 말이 없다 △나는 광주사태 치유를 위한 ‘씻김굿의 제물’ 등 취지의 표현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됐다.

전씨는 또 회고록을 통해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 신부를 일컬어 “가면을 쓴 사탄(이거나) 또는 성직자가 아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오월단체들과 조 신부의 유족들은 그해 4월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같은 해 6월에는 회고록의 판매와 배포를 막아달라는 가처분과 함께 손해배상·출판금지를 구하는 이번 소송을 냈다.

법원은 지난 2017년 8월 회고록 1권 초판의 특정 표현은 허위 사실이라며 이를 삭제하지 않으면 출판과 배포를 할 수 없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놨다.

그러자 전씨측은 같은 해 10월 지적된 부분을 검게 칠한 ‘회고록 1권 2판’을 출간했고, 이듬해인 2018년 1월 5·18기념재단 등 오월단체들은 추가 허위 사실을 지적하며 2차 민사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그 해 5월 원고들이 제출한 2차 가처분을 받아들여 출간·배포 금지 결정을 내렸고, 이후 전씨측은 회고록을 다시 펴내지 않았다.

이후 법원은 1·2차 본안소송을 병합해 일부 표현을 검게 칠한 회고록 1권 2판을 두고 심리를 진행했다.

1심은 2018년 9월 13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하며, 회고록에서 총 69개의 표현을 삭제하지 않으면 해당 서적을 출판, 배포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가 5·18단체들에 각각 1500만 원씩, 조영대 신부에게 1000만 원 등 총 7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전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지난 2021년 11월 사망했다. 민사소송은 부인 이순자씨가 법정 상속인 지위로서 이어 받아 계속 진행돼 왔다.

지난 2022년 9월 14일 열린 2심도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유지했다. 2017년 4월 펴낸 전두환 회고록 제1판과 같은 해 10월 펴낸 제2판 중 51개 표현을 지우지 않으면 출판·배포할 수 없도록 했다.

2심 법원이 삭제하도록 한 51개 표현에는 ‘북한군, 공작원, 간첩 등 개입설’, ‘전두환의 5·18 책임 부인’, ‘계엄군의 총기 사용과 민간인 살상 등을 자위권 발동으로 표현한 부분’, ‘암매장은 유언비어’ 등이 포함됐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전두환은 5·17 군사반란과 5·18 관련 내란 및 내란목적살인의 우두머리로서 무기징역형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장본인”이라며 “회고록을 통해 이미 법적, 역사적으로 단죄된 부분마저 자신의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진짜 피해자인 민주화운동 세력을 비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두환 회고록에 나오는 5·18민주화운동의 의미에 대한 허위사실 적시가 5·18 단체들의 명예, 신용,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회고록의 일부 표현들은 허위사실 적시로 5·18단체들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됐으며, 계엄군의 헬기 사격 관련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모욕적 표현으로 고 조비오 신부를 경멸한 것은 그 조카인 조 신부의 추모감정 등을 침해한 것”이라며 “피고들은 허위사실 적시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전두환 등의 위법성조각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판결을 수긍할 수 있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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