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변수에 미국 자금 해외로
비미국 주식형펀드로 154억달러 유입 … 중견국 공조 확산, 교역망 재편 가속
로이터는 1월 한 달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주식형 펀드(ETF 포함)로 154억달러가 유입돼 4년 반 만에 최대를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주식형 펀드 유입액은 57억달러에 그쳤다고 전했다.
미국 투자자들이 투자처를 해외로 넓히는 흐름도 뚜렷하다. ETF 전문 매체 ETF닷컴은 2월 10일 보도에서 올해 들어 해외 주식 투자 성과가 미국 주식을 앞섰다고 소개했다. 미국을 뺀 글로벌 주식에 분산 투자하는 VXUS(뱅가드)나 신흥국 주식 ETF인 IEMG(아이셰어스) 같은 상품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미국 전체 주식시장 ETF인 VTI(뱅가드)를 웃돌면서, 미국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프린시펄 글로벌 인베스터스(운용자산 5940억달러)의 시마 샤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트럼프가 미국을 세계와 분리해 놓았지만, 오히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거시 환경이 강화되도록 자극했다”며 “미국을 팔라는 얘기가 아니라 미국 밖에도 기회가 있다는 점을 상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사의 해외 주식 비중 확대가 이전보다 뚜렷해졌다고 덧붙였다.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중견국들의 적극적 움직임이 있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1월 다보스 연설에서 중견국들이 미국 패권에 의해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함께 행동할 수 있다고 강조해 공감을 얻었다. 마크 카니 총리는 최근 중국을 찾아 무역·농식품·에너지 분야등 경제 협력 강화를 모색했다. EU도 지난달 17일 남미 4개국 모임인 메르코수르와 무역협정에 서명한 데 이어(비준 절차는 남아 있다), 인도와도 대형 FTA를 타결하며 교역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이번 주 뮌헨안보회의에서 유로화의 국제적 역할 강화 구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도 뒷받침하고 있다. 영국 FTSE100은 사상 처음 1만선을 넘겼고, 올해 들어 5% 올랐다. S&P500(1.4%)을 앞선다. 유럽 스톡스600 구성 종목 중 현재까지 실적을 낸 52개사 가운데 73% 이상이 예상치를 웃돌아, 통상 수준(54%)을 크게 상회했다. 일본은 엔화 약세가 수출기업 실적에 우호적으로 작용했고 한국·대만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 등 반도체 대형주가 예상치 상회 실적과 가이던스 상향으로 지수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 JP모건 프라이빗뱅크의 매디슨 팔러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미국 예외주의가 약화되면서 2026년 주요 주식시장과 신흥시장에서 두 자릿수 이익 성장률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 테마도 명확해지고 있다. 방산주는 2022년 2월 이후 200% 상승했다. 취리히 인슈어런스 그룹의 로스 허치슨 유로존 시장전략 총괄은 장기 지정학 구조 변화 속에서 에너지 생산을 주목했다. 핵심 자원 확보와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이 맞물리면서 각국이 회복력 차원에서 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에너지주 지수는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BNP파리바는 지난해 5월 유럽 전략적 자율성 펀드(6억유로)를 출시해 방위, 산업 회복력, 자원 자립, 기술 테마에 투자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스테판 세주르네 산업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기고에서 메이드 인 유럽 전략을 주장했고, 각계 유럽 CEO와 노동계의 광범한 동의를 이끌었다.
맥쿼리그룹의 티에리 위즈먼 글로벌 외환·금리 전략가는 규제 완화와 성장 친화적 재정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캐나다달러, 일본 엔화, 유로화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팔러 전략가는 “중견국들이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자국 이익에 맞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