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 기업가치 3800억달러 도약
투자유치·슈퍼팩 참여
오픈AI와 경쟁 심해져
인공지능 챗봇 ‘클로드’를 운영하는 앤스로픽의 기업가치가 3800억달러(약 545조원)로 뛰었다. 지난해 9월 1830억달러에서 불과 5개월 만에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앤스로픽은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와 벤처투자사 코투가 주도한 시리즈G 투자에서 300억달러(약 43조원)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당초 목표였던 100억달러를 크게 웃돈다. 지난달 상향 조정한 200억달러도 넘어섰다.
이번 투자에는 블랙록, 블랙스톤, 피델리티,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세쿼이어캐피털, 카타르투자청(QIA) 등 대형 금융기관이 참여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 투자금도 포함됐다.
앤스로픽은 매출 성장도 강조했다. 연환산 매출은 2024년 1월 1억달러에서 지난해 1월 10억달러로 늘었다. 지난달에는 140억달러를 기록했다. 매년 1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클로드는 아마존 웹서비스,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 3대 클라우드에 모두 탑재됐다. 주요 AI 모델 중 유일하다.
기업가치 3800억달러는 경쟁사 오픈AI의 5000억달러에 근접한다. 두 회사는 기술뿐 아니라 정책 노선에서도 맞서고 있다.
앤스로픽은 이날 AI 규제와 안전장치를 촉구하는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 ‘퍼블릭퍼스트액션’(공공우선행동)에 2000만달러(약 287억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AI 모델 투명성 강화, 연방 차원의 강력한 규제, AI 칩 수출 통제, AI 기반 생물학무기와 사이버공격 규제 등을 요구한다. 미 경제방송 CNBC 보도에 따르면 이 단체의 모금 목표는 5000만~7500만달러다.
이들의 입장은 주 정부 규제를 일괄 무력화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기조와 배치된다. 연방 규제는 필요하지만 주 정부의 역할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앤스로픽은 “AI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위험을 통제해야 한다”며 “정책 형성 과정에서 방관자로 남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오픈AI와 벤처투자사 앤드리슨 호로비츠가 주도한 슈퍼팩 리딩더퓨처(미래를 이끌다)는 연방 차원으로 규제를 일원화하고 주 정부의 개별 규제는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단체는 1억2500만달러를 모금했고 대규모 정치 광고도 집행 중이다.
이처럼 AI 산업은 자금과 규제가 동시에 움직이며 기술 경쟁을 넘어 정책 전선으로 확장됐다.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뿐 아니라 규칙의 설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앤스로픽의 급등한 기업가치는 이런 흐름을 상징한다. AI 패권 경쟁은 이제 모델 성능과 정치 전략이 함께 좌우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