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속도전 후폭풍…민주당 ‘독주’에 국민의힘 보이콧
대통령 오찬 회동 전 법사위, 재판소원법 강행 처리
원내지도부 합의한 민생법안 18개, 통과 못 시켜
설 이후 쟁점법안 강행 처리 예고 … 야당 반발 클 듯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입법 속도전’ 요구에 맞춰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쟁점 법안 강행 처리로 화답하면서, 국정 운영 관련 핵심 법안과 민생 법안의 통과는 더욱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수적 우세를 앞세운 입법 독주 가능성도 내비쳤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통행에 반발하며 법안 심사 등 의사일정에 더욱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은 필리버스터 등으로 맞서며 지지층 결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의 요구와 달리 입법 속도가 오히려 더 느려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에 부의된 의안이 100개에 달한다.
전날 본회의는 국민의힘이 참여하지 않은 채 진행됐고, 여야간 합의한 비쟁점 법안 81건 중 63건만 통과됐다.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을 앞둔 추미애 법사위원장 주도로 지난 11일 ‘재판소원 허용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법사위를 통과했다. 이 법안들은 애초 본회의 처리 대상이 아니어서 시간적으로 촉박하지 않았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비쟁점 법안’만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의 법안 강행처리는 대통령과 거대 양당 대표 간 회동을 무산시키고, 야당이 본회의장에 나오지 않는 빌미로 활용됐다.
게다가 민주당은 설 이후 ‘입법 독주’를 예고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는 “법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 등은 시간표대로 차질 없이, 타협 없이 처리하도록 하겠다”며 “검찰개혁과 관련해선 공소청법·중수청법도 시간표대로 차질 없이, 타협 없이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행정통합법을 야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해 법사위로 넘겨 둔 상태다. 대미투자특별법도 서둘러야 하는 입법 과제 중 하나다.
민주당은 ‘민생경제 입법추진 상황실’을 열고 “2월 임시국회를 시작으로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와 시급한 법안 129건을 최대한 처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제출 법안 처리율은 25.7%에 불과하다. 의원 입법의 경우 13.6%에 그쳐 더 초라하다”며 “압도적인 입법 속도전으로 이재명 정부를 확실히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설 연휴 이후인 24일 또는 26일 본회의를 열어 사법 개혁 법안들을 처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야당이 합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본회의를 열어 일방 처리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국민의힘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은 전날 본회의장 밖 로텐더 홀에서 규탄 대회를 열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재판소원법’ 등 민주당 측 사법개혁안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5개 재판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반헌법적 쿠데타”라며 “막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여당이 대통령의 국정운영보다는 강성지지층의 요구에 먼저 반응하는 모습”이라며 “대통령만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