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충격에 흔들린 사모펀드 소프트웨어 투자
차입매수로 키운 10년호황… AI 확산에 부채시장까지 긴장
한때 ‘현금인출기’로 불리던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이제 사모펀드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저금리와 차입에 기대어 몸집을 키운 10년 호황의 투자 구조가 인공지능(AI) 확산 앞에서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이코노미스트는 12일(현지시간) 사모펀드의 대규모 소프트웨어 베팅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사모펀드의 소프트웨어 인수는 전체 거래의 약 40%를 차지했다.
구독 기반 반복 매출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장했고, 저금리는 대규모 차입 인수를 떠받쳤다.
그러나 2023년 이후 금리 상승으로 현금흐름이 압박받은 데 이어, 앤스로픽의 ‘클로드’ 같은 AI 코딩 도구가 기존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이코노미스트는 “고객과 신생 기업들이 AI 코딩 도구로 기존 업체를 압박할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상장 소프트웨어 기업의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 약 20% 하락했다.
문제의 핵심은 높은 인수가격과 레버리지다.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이뤄진 대형 소프트웨어 인수는 매출의 9배 안팎에서 체결됐지만, 현재 상장사 평균 배수는 3배 수준까지 낮아졌다. 가치가 재조정될 경우 손실은 지분이 아니라 부채 시장에서 먼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셰일가스 호황기 이후 에너지 채권 부실이 급증했던 사례를 거론하며 유사한 충격을 경고했다.
미국 신용시장에는 소프트웨어 기업과 연계된 차입이 5000억달러 이상 쌓여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사모 신용펀드와 기업대출펀드가 상당 비중을 보유하고 있다. 블랙스톤의 비상장 대출펀드는 자산의 26%를 소프트웨어 대출에 투자했고, 아레스가 운용하는 상장 대출펀드도 24%를 배정했다. 일부 펀드에서는 투자자 환매 요구가 늘어나며 순자산가치 대비 할인 폭이 확대됐다.
FT는 토마 브라보의 베린트 인수를 사례로 들었다. AI 우려가 커지면서 인수가격은 당초보다 약 1/3 낮아졌고, 인수금융도 손실을 감수한 채 매각됐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출구 전략이 막히면서 미매각 자산이 쌓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다만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 단말기처럼 대체가 어려운 핵심 소프트웨어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AI 충격이 모든 기업을 동일하게 덮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레버리지에 의존해 성장한 사모펀드의 소프트웨어 전략은 지금, 가장 큰 시험대에 올라섰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