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신현송은 파월이 될 수 있을까

2026-04-16 13:00:08 게재

미 연방준비제도(Fed)의장 파월은 큰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의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는 와중에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판단하고 기준금리 인상을 미룬 것이 그 실수다. 하지만 파월은 80년대 이후 처음 경험한 인플레이션의 정체와 위력을 파악하자마자 신속하게 움직였다. 파월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총력을 경주하면서 마치 산불처럼 타오르던 인플레이션은 제압되기 시작했다.

트럼프의 금리인하 압박에도 연준의 본분 지켜낸 파월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역할을 그 누구보다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는 파월이 칭찬받을 지점은 또 있다. 연준은 2025년 12월 11일 기준금리를 3.50~3.75%로 인하한 이후 현재까지 동결을 고수 중이다.

트럼프는 관세전쟁을 추진함과 동시에 파월에게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내리라고 끊임없이 압박했다. 기준금리를 내리라는 트럼프의 파월에 대한 압박은 일찍이 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트럼프는 수시로 파월을 모욕했을 뿐 아니라 여차하면 연준의장을 교체할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월이 트럼프의 뜻과 다르게 지난해 12월 이후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자 트럼프가 수반으로 있는 미국 행정부는 지난 1월 연준 청사 건물 개보수 비용과 관련해 파월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이는 파월이 법무부로부터 대배심 소환장과 형사 기소 위협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는데, 미국 행정부가 중앙은행의 장에게 기소 위협을 가한 건 사상 최초다.

하지만 파월은 “형사 기소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를 따르기보다 공공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방향에 따라 금리를 결정해 왔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며 트럼프를 직격했다. 이어 그는 “이 문제는 연준이 증거와 경제 여건에 근거해 계속해서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느냐, 아니면 통화정책이 정치적 압박이나 위협에 의해 좌우되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공적 임무는 때로는 위협에 강력하게 맞서야 한다”며 “나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확인한 미국민을 위한 나의 임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파월의 진가가 드러난다. 파월이 기준금리 인하에 무섭도록 신중한 건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파월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처참히 패배한 1970, 1980년대의 전철을 다시 밟는 것이다.

당시 경기침체를 견디지 못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아서 번스 전 연준 의장을 압박해 통화 완화 정책을 추진했고, 그 결과 미국은 1985년까지 대인플레이션의 고통 속에 신음해야 했다. 이런 역사적 경험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파월은 통화정책에서 답답할 만큼 신중한 것이다. 그리고 파월의 그런 자세야말로 중앙은행의 수장에게 기대되는 것이다.

파월 얘기를 길게 한 것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때문이다. 신 후보자는 중동전쟁이라는 초유의 악재를 안고 총재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신 후보자는 고유가로 인한 고물가와 고환율에 더해 성장률의 훼손이라는 겹겹의 악재에 둘러싸여 있다. 신 후보자는 물가를 잡고 환율도 방어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가뜩이나 중동전쟁 여파로 손상된 성장률이 더 나빠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처지다.

중앙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파이터여야

여기서 중요한 건 한국은행의 수장에게 가장 중대한 임무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건 물가안정이다. 고용과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건 정부의 몫이 더 크다. 신현송 후보자는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파이터가 되어야 한다. 국제유가 급등과 함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 2.2%)은 한 달 사이 0.2%p나 뛰었다. 지금 신현송 후보자에게 필요한 건 금리 인상을 결정할 용기다.

이태경

자유+토지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