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라이블리’의 폐점과 농협개혁의 본질

2026-04-16 13:00:07 게재

애착을 가지고 이용하던 농협 축산물 온라인쇼핑몰 ‘라이블리’가 폐점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국 지역축협에서 정성스럽게 키운 한우와 한돈을 중간 유통없이 직판매해 고기를 좋아하는 충성고객층이 많은 플랫폼이다. 농협은 꽤 좋은 상품들을 확보하고 거래망을 갖추고 있다. 통조림 햄 뚝심을 생산판매하는 목우촌과 성능이 입증된 홍삼 한삼인도 농협 상품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농협 상품이 민간에 뒤처지면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최근 진행되는 농협개혁을 보면서 라이블리와 같은 작지만 강한 농협의 상품들이 왜 살아남지 못하는지 생각해본다. 농협은 사실상 복합기업으로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경제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의 자산규모는 800조원대로 국내 대기업진단 중 5위권 이내에 든다. 그런데 농협의 근간이 되는 경제사업은 매년 적자다. 농협경제지주는 지난해 83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농협경제지주는 농민 조합원의 생산물을 비싼 가격에 사들여 유통하다 보니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농기자재의 안정적 공급이나 인력공급 등의 공적 역할도 수행한다. 곡물과 운송비 국제가격이 올라도 사료나 비료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것이 농협의 현실이다. 이런 한계적 구조를 보면 농협으로서는 억울할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유통망과 전국적 생산조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워낙 성공한 사업이 없다보니 이쯤되면 적자를 내고 사업을 접는 것이 면죄부가 아닌가 생각들 정도다. 라이블리의 폐점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농협은 최근 유청 막걸리를 출시했다 1년도 안돼 사업을 접기도 했다. 농협은 이제 외부의 개혁 요구를 방어할 뒷심이 없다. 이번 기회에 내부에서 먼저 선제적 개혁을 추진하고 지역농협을 강화하는 대대적 권한 이양을 실행해야 중앙회도 살아남는다.

일본농협(JA)도 일찌감치 중앙회의 과도한 권한에 농민들의 불만이 쌓이면서 1995년 대대적인 개혁에 직면했다. 일본 농협은 JA전중과 JA전농으로 나뉘어 있다. JA전중은 우리로 치면 중앙회 조직이다. 전국조직인 JA전중은 지역 농협을 지도감독하는 권한을 가졌지만 개혁 이후 법적 지도권이 사실상 사라졌다. 다만 자문과 지원기능만 할 뿐이다.

독점적 경제사업 지위를 누려왔던 JA전농도 개혁 이후 지역농협이 전농을 통하지 않고 직접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유통 경쟁을 도입해 농가 판매 선택권을 넓히는 조치다. 농협 개혁이 종국에는 농민들에게 양질의 판매망을 제공하고 이익을 키워줄 것이라 기대한다. 제대로 개혁이 된다면 ‘라이블리’와 같은 작지만 강한 플랫폼이 거대 ‘농협몰’에 먹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김성배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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