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 확산

2026-04-16 13:00:04 게재

11개 주에서 제동 … "전력망 과부하·전기요금 인상 우려" 이유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내 여러 주에서는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거나 규제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에너지 소비 증가와 지역사회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 단위뿐 아니라 지방정부까지 나서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뉴욕·오클라호마 3년간 금지 검토 = 16일 미국의 비영리 뉴스기관 스테이트라인과 데이터분석기관 아스테리오에 따르면 3월말 현재 미국내 11개 주가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을 제한하거나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들 주 가운데 다수는 일정기간 동안 건설을 금지하는 ‘임시 모라토리엄’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부는 조건부 허가방식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버지니아주는 총 498개의 데이터센터 건설이 예정된 최대 밀집 지역이다. 그러나 에너지 사용 부담 등을 이유로 신규 프로젝트에 대해 조건부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340개의 데이터센터 건설이 예정된 조지아는 2027년 3월까지 신규 건설 금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뉴욕(72개)과 오클라호마(34개)는 각각 최대 3년, 2029년 11월까지 건설을 중단하고 영향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위스콘신은 소비자 보호장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건설을 제한하려 하고, 미시간은 산업 인센티브 차단을 포함한 규제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릴랜드는 발전시설과의 연계 설치를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데이터센터 계획이 많지 않은 지역에서도 선제적 규제가 나타나고 있다. 사우스다코타(6개)는 1년간 건설 중단을 검토 중이며, 사우스캐롤라이나(8개)는 2028년 1월까지 인허가 및 인센티브를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버몬트와 뉴햄프셔는 현재 신규 계획이 없지만 각각 2030년까지, 1년간 건설 금지를 검토하며 영향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주민들 “자택 4.83km 이내는 안돼” = 눈길을 끄는 부분은 주정부보다 지방정부 규제가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만 해도 11개 주에서 총 14건의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법안이 발의됐지만 단 한 건도 해당 주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반면 뉴올리언스, 애리조나 챈들러 등 전국 수십 개 지방자치단체는 주민 반발을 반영해 이미 건설중단 조치를 시행했다. 이는 데이터센터가 세수 확대 효과를 갖는 동시에 전력·수자원 부담과 지역 환경 문제를 동시에 초래하기 때문이다.

스테이트라인은 “여론조사 결과 대부분의 주민들이 ‘자택 반경 3마일(약 4.83km) 이내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규제는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나타나는 특징도 보인다. 스테이트라인은 “민주·공화 양당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경제성장과 지역사회 부담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며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스다코타의 경우 주정부 차원의 규제 대신 지방정부에 규제 권한을 넘기는 법안이 통과되며 정책 방향이 분권화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에너지 균형점 찾기 고심 = 한편 데이터센터는 AI와 클라우드 산업의 핵심 인프라이지만 막대한 전력 소비와 용수 사용, 토지 이용 문제 등 부작용이 부각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양의 전력을 24시간 내내 소모하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 몰리면 기존 주민들과 기업이 쓸 전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급증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발전소와 송전망을 추가로 지어야 하는데 이 막대한 비용이 결국 주민들의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각 주에서 일시적 건설 중단을 통해 에너지 수요, 요금 상승, 환경 영향 등을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다. 데이터센터 건립 필요성과 제한요인의 대립이 어떤 균형점을 찾아갈지 주목된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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