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비축제의 성공방정식, 농업기술 실용화로 잇다

2026-04-16 13:00:07 게재

지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태체험축제로 자리 잡은 함평 나비축제도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함평은 뚜렷한 관광자원이 없는 농업 중심의 지역이었고, 나비를 주제로 축제를 만든다는 발상에 대한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나비가 사람을 부를 수 있겠느냐” “지역경제 유발 효과가 있겠느냐”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관점을 바꾸자, 실현가능성은 달리 판단됐다. 나비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가진 자연과 사람, 그리고 가능성을 어떻게 엮어낼 것인가가 핵심이었다. 그 과정에서 지역 고유의 생태환경을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점차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나비축제는 이벤트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먼저 친환경농업 브랜드를 싹틔우는 데서 출발했다. 이어 주민을 설득하고 농업인들과 공무원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관람객을 끌어 모으는 것보다 아이들이 체험하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되살리고, 지역주민이 주인이 되는 축제를 지향했다. 그 결과 나비는 곤충을 넘어 지역의 상징이 되었고 함평이라는 이름을 전국에 알리는 매개가 되었다. 핵심은 나비가 아니라 지역 천연자원을 재발견하고 친환경축제 브랜드 파워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친환경 농업브랜드 구축에서 시작

이러한 축적과정은 단기간 성과보다 지속가능한 방향설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이 경험은 오늘날 한국농업이 나가야 할 길과도 맞닿아 있다. 새로운 농업기술이 연구 성과로 머물러 있을 때는 아직 완성되지 않는다.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가 현장과 산업으로 실용화될 때 비로소 국민이 체감하는 가치가 된다.

지식재산처는 2025년 기준 1만563건의 국유특허(공무원의 직무발명을 국가가 소유)를 관리하고 있다. 그 중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국유특허는 4913건으로 전체의 47% 수준이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이 아무리 많이 만들어져도 쓸모를 찾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지난해 농생명과학기술의 국유특허는 1171건이 기술이전 되었다. 또한 이전된 기술의 사업화성공률도 40.6%이다. 이 수치는 미국농업연구청(USDA)의 최근 5년 간 사업화성공률 30.1%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많은 국유특허가 농산업체로 기술이전 되고 산업화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농산업체를 위한 맞춤형 기술사업화의 역할이 매우 크다. 특히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연계지원이 성과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사업화는 기술이전이나 지원 프로그램 운영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이전된 기술이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지, 농가의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며 소비자의 선택으로 이어지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업기술을 개별 성과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로 재구성하고 시장의 언어로 풀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연구성과가 기술문서에 머무르지 않고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돼 현장에 안착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유특허 4913건, 실제활용 이어져야

나비축제가 자연 자원을 지역의 미래자산으로 바꾸었듯이, 농업기술이라는 씨앗을 대한민국농업의 성장 동력으로 키워내야 한다. 기술을 이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현장에서 뿌리내리고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까지 책임져야 한다. 대한민국 농업·농촌·농민의 발전을 위해서는 1톤의 연구개발보다 1그램의 실용화가 중요하다.

이석형

한국농업기술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