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과 규제가 벤처성장 가로 막는다
수년간 실증도 무용지물
제도화 지연으로 투자위축
벤처스타트업 성장포럼
“4년 동안 안전성을 입증했다. 그런데도 제도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개인 간 차량공유(P2P) 서비스 ‘타운즈’를 운영하는 정종규 대표의 말이다. 제도가 벤처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12일 국회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제1회 벤처스타트업 성장포럼’에서는 벤처·스타트업의 호소가 이어졌다. 이들은 성장단계에서 겪는 구조적 문제를 제기했다. 제도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정균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전략기획실장은 “CES 혁신상 수상기업의 상당수가 국내 벤처스타트업임에도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한 사례는 제한적”이라며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기존산업과 혁신기업이 충돌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도 “규제 샌드박스 이후 제도화지연, 직역갈등, 행정·사법 리스크 확대가 성장단계 기업의 비용부담과 고용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법률플랫폼 로톡은 대한변호사협회와 8년간의 소송과정에서 약 100억원의 누적손실과 전체직원의 50% 인력감축을 겪었다.
모빌리티플랫폼 타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2020년) 이후 2022년 영업손실 262억원을 기록하고 전 직원의 50% 이상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두 사례 모두 사후규제와 이해관계 충돌이 혁신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은 대표적인 경우로 거론된다.
정종규 대표는“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수년간 실증을 진행하며 사고·안전 데이터를 축적했지만 실증종료 이후 제도화가 지연되면서 사업확장이 멈춰있다”고 호소했다. 이어서 “이해관계자 설득을 전제로 한 행정구조 속에서 실증결과는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대면진료플랫폼 닥터나우의 이 슬 대외정책 이사도 “코로나19 시기 한시적 허용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와 이용자 경험이 있음에도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사업범위 축소 가능성이 거론되며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당국도 벤처·스타트업의 고충을 공감했다.
김봉덕 중소벤처기업부 벤처정책관은 “국내 벤처정책은 그동안 창업과 초기투자 확대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창업이후 성장한 기업들은 규제충돌, 직역갈등, 대규모 성장자금 부족, 회수시장 병목 등 복합적인 장벽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배 기자 goldw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