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못 건드리는 기업…월가, ‘HALO’를 사라
앤스로픽 충격 여파로
투자자들 ‘생존주’ 찾기
인공지능(AI)에 대한 3년간의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투자자들의 시선이 공장·패스트푸드·원자재 기업 등 AI 충격을 비켜갈 종목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CNBC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술 혁명의 수혜주를 쫓던 자금이 이제는 혁명의 파고를 무난히 넘길 ‘생존주’를 향해 방향을 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HALO(Heavy Assets, Low Obsolescence·대규모 실물자산, 낮은 노후화 위험)’ 전략이다. 이 용어를 이달 초 만든 리솔츠 웰스 매니지먼트의 조시 브라운 CEO는 “프롬프트에 뭔가를 입력한다고 해서 대체할 수 없는 기업들”이라고 정의했다. 수혜주로는 맥도날드, 엑슨모빌, 트랙터 제조업체 디어 등이 거론되는 반면, 자산관리업체·소프트웨어 기업·금융 데이터 회사 등 AI 혁명의 잠재적 피해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은 뒤로 밀렸다.
실제 수치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지난 한 달간 S&P500에서 산업재·소재·유틸리티·필수소비재 업종이 지수 전체 상승률을 앞질렀고, 2월 20일 기준 필수소비재 업종의 연초 이후 성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IT 업종은 하락했고, ‘매그니피센트 세븐’ 대형 기술주들도 부진했다. S&P500 전체는 소폭 상승을 유지하고 있지만, 표면 아래에서는 격렬한 종목 이동이 진행 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에는 뚜렷한 계기가 있었다. 2월 초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이 법률·리서치 업무 자동화 도구를 발표하자 소프트웨어·금융 데이터·거래소 관련 주식에서 시가총액 약 3000억달러가 단숨에 증발했다. 그 다음 주에는 비슷한 우려가 자산관리업체, 보험 중개업체, 상업용 부동산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브라운은 “불확실성의 파도가 올 때마다 사람들이 확신하던 것들이 재평가를 요구받는다”고 했다.
업종 내부에서도 승패가 엇갈렸다. 2월 한 달간 델타항공 주가는 5.4% 올랐지만, 여행 특가 검색 사이트 익스피디아는 23% 급락했다. AI가 최저가 항공권을 찾아줄 수는 있어도, 비행기에 타는 일 자체는 없앨 수 없다는 논리다. 아전트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제드 엘러브룩은 “투자자들이 숨어들고 있다”고 표현했다.
다만 HALO 열풍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기술주는 지난주 일부 반등했고, 21일 연방대법원의 관세 무효 판결 이후 추가 상승 탄력을 받았다. 모건스탠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리사 샬렛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매도세 상당수가 성급했다”며 “AI의 패자가 누가 될지 아직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AI 관련 종목을 완전히 떠난 것도 아니다. JP모건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대형 기술주에 집중하는 분위기로, 마이크로소프트·팔란티어·아마존이 연초 이후 개인투자자 순매수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25일 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세일즈포스·워크데이·홈디포의 분기 실적이 AI 투자 열풍의 향방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