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1년, 경제정책의 민낯

2026-02-25 13:00:01 게재

일자리 증가 20년 만에 최저 … 관세 부담 90%를 기업과 소비자가 떠안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엔젤 패밀리 데이’ 선포 행사 중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첫해를 맞아 국정연설 무대에서 경제 성과를 발표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정치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제 성적을 ‘A플러스 다섯 개’라고 자평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WSJ) 실제 지표는 그보다 훨씬 복잡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분석했다. 화려한 수사와 냉정한 숫자 사이의 간극이 예사롭지 않다.

노동시장부터 보면 미국 기업들이 2025년 한 해 동안 늘린 일자리는 18만1000개에 그쳤다. 경기 침체기를 제외하면 2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경제·무역 불확실성에 이민 단속 강화까지 더해지며 신규 채용이 얼어붙은 결과다. 일부 기술 기업들은 팬데믹 이후의 공격적 채용을 되돌리며 대규모 감원까지 단행했다.

다만 실업률은 4.3%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민 감소로 구직자 수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 순이민이 약 50만명으로, 2010년대 평균 100만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추산했다. 실업률 안정의 이면에는 이처럼 씁쓸한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물가는 우려했던 것보다 덜 올랐다. 지난달 연간 물가상승률은 2.4%로, 트럼프 복귀 당시의 3%보다 낮아졌다. 그러나 관세 정책이 공짜는 아니었다. 지난해 11월까지 관세 부담의 약 90%를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았다는 뉴욕 연방준비은행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4월 ‘해방의 날’ 관세 시행 이후 물가도 소폭 올랐으며,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는 지난해 12월 다시 상승세가 빨라졌다. 주유비 부담은 일부 완화됐지만 커피와 다진 쇠고기 가격은 크게 올라 서민 가계를 짓눌렀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고통은 숫자보다 훨씬 생생하다. 팬데믹 이전보다 현저히 높아진 가격 수준에 미국 소비자들의 피로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은 AI 투자 열풍에 힘입어 4월 관세 충격을 빠르게 털어냈다. S&P500은 4월 저점 대비 3분의 1 이상 상승했고 다우존스는 사상 처음 5만선을 돌파하며 ‘부의 효과’를 키웠다.

그러나 혜택이 고르게 돌아가지는 않았다. 진보성향 경제정책연구소(EPI) 분석에 따르면 최저소득층 실질임금은 2025년 오히려 감소했다. 부유층과 저소득층이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는 ‘K자형 경제’가 트럼프 시대에도 여전히 심화되고 있다는 냉혹한 진단이다.

GDP 성장률은 2.2%로 2024년(2.4%)에 못 미쳤다. 트럼프가 약속한 ‘새로운 황금시대’의 청사진과는 거리가 있지만, 관세 직후 경제학자들이 점쳤던 0.8%보다는 선방했다. 반면 상품 무역적자는 1조241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관세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트럼프가 그토록 줄이겠다고 공언한 무역적자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제조업 고용은 전면 관세 발표 이후 8개월 연속 감소했다. 관세가 일부 기업에는 방패막이가 됐지만, 불확실성을 키우고 생산 비용을 높이는 부작용도 함께 낳았다.

생산은 전년 대비 2.6% 늘었지만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은 성장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주택담보대출 상환과 세금, 보험료가 중위소득 가구 월 소득의 42%를 잡아먹을 만큼 내 집 마련 부담도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고 있다. 숫자가 증언하는 트럼프 1년은 스스로의 평가과 현실 사이에서 아직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이주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