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1년, 경제정책의 민낯
일자리 증가 20년 만에 최저 … 관세 부담 90%를 기업과 소비자가 떠안아
그는 지난해 12월 정치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제 성적을 ‘A플러스 다섯 개’라고 자평했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WSJ) 실제 지표는 그보다 훨씬 복잡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분석했다. 화려한 수사와 냉정한 숫자 사이의 간극이 예사롭지 않다.
노동시장부터 보면 미국 기업들이 2025년 한 해 동안 늘린 일자리는 18만1000개에 그쳤다. 경기 침체기를 제외하면 2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경제·무역 불확실성에 이민 단속 강화까지 더해지며 신규 채용이 얼어붙은 결과다. 일부 기술 기업들은 팬데믹 이후의 공격적 채용을 되돌리며 대규모 감원까지 단행했다.
물가는 우려했던 것보다 덜 올랐다. 지난달 연간 물가상승률은 2.4%로, 트럼프 복귀 당시의 3%보다 낮아졌다. 그러나 관세 정책이 공짜는 아니었다. 지난해 11월까지 관세 부담의 약 90%를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았다는 뉴욕 연방준비은행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주식시장은 AI 투자 열풍에 힘입어 4월 관세 충격을 빠르게 털어냈다. S&P500은 4월 저점 대비 3분의 1 이상 상승했고 다우존스는 사상 처음 5만선을 돌파하며 ‘부의 효과’를 키웠다.
그러나 혜택이 고르게 돌아가지는 않았다. 진보성향 경제정책연구소(EPI) 분석에 따르면 최저소득층 실질임금은 2025년 오히려 감소했다. 부유층과 저소득층이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는 ‘K자형 경제’가 트럼프 시대에도 여전히 심화되고 있다는 냉혹한 진단이다.
GDP 성장률은 2.2%로 2024년(2.4%)에 못 미쳤다. 트럼프가 약속한 ‘새로운 황금시대’의 청사진과는 거리가 있지만, 관세 직후 경제학자들이 점쳤던 0.8%보다는 선방했다. 반면 상품 무역적자는 1조241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관세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트럼프가 그토록 줄이겠다고 공언한 무역적자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제조업 고용은 전면 관세 발표 이후 8개월 연속 감소했다. 관세가 일부 기업에는 방패막이가 됐지만, 불확실성을 키우고 생산 비용을 높이는 부작용도 함께 낳았다.
생산은 전년 대비 2.6% 늘었지만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은 성장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주택담보대출 상환과 세금, 보험료가 중위소득 가구 월 소득의 42%를 잡아먹을 만큼 내 집 마련 부담도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고 있다. 숫자가 증언하는 트럼프 1년은 스스로의 평가과 현실 사이에서 아직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