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월드컵에서 읽는 기술강국의 전략
올해는 전 세계인의 시선이 월드컵을 향하는 해다. 축구 명감독인 알렉스 퍼거슨은 “공격은 경기를 이기게 하고, 수비는 우승을 가져다 준다”고 말했다. 아무리 화려한 공격력을 갖추고 있어도 수비가 무너지면 최종 우승은 멀어진다.
이 교훈은 오늘날 첨단기술산업 경쟁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흔히 21세기를 ‘기술패권전쟁시대’라고 부른다. 각국은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다. 국가경쟁력을 책임질 주득점원인 기술개발 없이는 국가경쟁력도, 산업의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최종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외부로 유출되는 순간 그간의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기술유출은 기술전쟁의 승부를 좌우하는 가장 뼈아픈 실점이다.
기술유출범죄는 고도의 전문 수사영역이다. 단순한 법률 판단만으로는 범죄를 가리기 어렵고 기술의 핵심과 산업적 가치, 경쟁구도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기술유출범죄를 신속히 근절하고 예방할 수 있는 전문수사체계의 필요성이 더욱 커짐에 따라 2019년 지식재산처에 기술경찰이 출범하였다.
기술경찰은 심사·심판관, 박사, 변리사, 변호사 등 기술과 지식재산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다. 기술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수사역량을 쌓아오면서 기술경찰은 최고의 기술유출범죄 전문수사기관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2023년에는 반도체 관련 국가핵심기술 유출자를 검거하였다. 2025년에는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기술 유출자를 구속하여 10조원 이상의 경제적 피해를 예방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에는 이차전지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 기술인 전고체 전지 핵심기술 유출을 시도한 외국인을 구속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기술보호는 사후 대응에 그치면 안 된다. 기술개발 단계부터 보호전략을 함께 설계하여야 한다. 기업·연구기관·정부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종합적인 수비전략도 필요하다. 경기에서 개인 수비 능력만으로는 강팀을 막을 수 없듯 기술보호 역시 제도·인식·수사 등이 맞물린 체계적이고도 조직적인 대응을 통해 완성된다.
지식재산처는 기술유출범죄 전담 수사조직 및 인력 확충 등을 포함하는 기술유출대응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술유출에 대한 선제적 대응역량을 강화하고 범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월드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팀은 공격과 수비가 균형을 이루는 팀이다. 첨단기술산업도 마찬가지다. 기술개발이라는 날카로운 공격과 함께 기술유출을 지켜내는 철벽수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기술패권전쟁의 최종 승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