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의의 규제가 벤처생태계 위축 시키지 않아야

2026-03-04 13:00:09 게재

대한민국 벤처금융은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산업생태계다. 1986년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이 제정되며 태동한 벤처금융은 1997년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거쳐 모태펀드의 근간을 마련했다. 2020년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은 벤처금융을 독자적인 투자산업으로 재정비했다. 민간중심의 생태계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제도화한 조치다.

그러나 최근 벤처투자법을 둘러싼 흐름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민법상 대원칙인 ‘사적 자치’를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를 낳고 있다. 2025년 12월 30일 시행된 ‘연대보증 제한’ 관련 개정안과 현재 논의 중인 ‘불공정 계약조건 금지 및 형사처벌’ 관련 개정안이 그 주인공이다. 창업자에게 ‘실패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과도한 규제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우선 ‘연대보증 제한’은 ‘자기책임의 원칙’과 ‘귀책주의’에 입각해 정교하게 다듬어져야 한다. 주식투자는 본래 상법상 주주의 유한책임을 전제로 하기에 창업자의 연대보증을 제한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투자수단이 주식이 아닌 대출성격의 채권이거나 창업자 개인이 구주매출 등을 통해 자금을 받는 경우는 책임제한과는 무관한 영역이다.

특히 법인인 모기업이 자회사 신용을 보강하기 위해 제공하는 보증까지 제한하는 것은 자연인 창업자를 보호하려는 법의 도입취지를 넘어선 확대해석이다.

이는 기업의 자금조달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조치다. 책임제한 대상은 창업자 요건을 갖춘 ‘자연인’으로, 투자형태는 순수 모험자본인 ‘신주 인수’로 한정하는 것이 법적 합리성에 부합한다. 이러한 디테일을 놓친다면 ‘보호’가 아닌 ‘규제’가 되어 투자의 맥을 끊을 것이다.

현재 발의 상태인 ‘불공정 계약조건 금지 및 형사처벌’ 안은 ‘비례성의 원칙’과 ‘사적 자치’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이 법안은 경영성과 미달을 이유로 한 조기상환이나 상장실패에 따른 투자금 감액(리픽싱) 등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 등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적주체 간의 계약인 벤처투자 계약의 내용을 국가가 법률로 강제하고 이를 어길 시 형벌권까지 발동하는 것은 사적자치 영역에 대한 명백한 과잉금지다.

또한 법안에 명시된 ‘정당한 사유’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예외 범위 등은 해석의 여지가 분분해 ‘명확성의 원칙’ 측면에서도 문제가 크다. 리픽싱 조항은 투자자가 초기기업의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대신 취하는 합리적인 위험분담 장치다. 이러한 사적 계약의 영역을 범죄시한다면 투자자는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회수위험이 적은 안전한 기업만 선호하게 될 것이다. 모험자본이 모험을 하지 않게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 법안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이종건 법무법인 이후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