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회생기업의 재도전, 지방소멸 막는 길

2026-03-05 13:00:02 게재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위기가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수도권 집중현상은 심화하고 한때 지역경제의 기둥이었던 중소기업들은 도산의 벼랑 끝에 서 있다. 우리는 흔히 ‘실패한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할 낙오자로 간주해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국가전략은 바로 실패한 기업의 ‘재도전’을 지방소멸 예방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동력으로 삼는 것이다.

지방소멸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좋은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지방의 중견·중소기업이 경영위기로 무너질 때, 단순히 한 기업의 종말에 그치지 않는다. 숙련된 인력의 이탈-협력업체의 연쇄 도산-지역상권의 붕괴로 이어지는 ‘데스 스파이럴’(Death Spiral)이 시작된다.

법인회생 절차를 밟는 기업들은 상당수 검증된 기술력과 인프라, 그리고 지역사회와 밀착된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재기에 성공한다는 것은 단순히 재무제표를 개선하는 수준을 넘는다. 지방의 생산기반을 보존하고 인구유출을 막는 방어막을 치는 것과 같다.

신규 기업 유치가 어려운 지방 현실에서 기존 자산을 활용한 회생기업 재도전은 비용대비 효율이 가장 높은 지역재생 전략이다. 한국기업회생협회는 지방정부와 함께 지역기업을 대상으로 리챌린지(RE-Challenge) 프로젝트 계획을 지방정부에 건의하는 이유다.

회생기업의 재건, 지역고용의 최후 보루

RE-Challenge는 지역기업을 대상으로 위기관리경영 교육과 상담을 통해 시군구 내 10~20개 기업을 대상으로 재기를 돕는 프로젝트다. 지방정부와 함께 △회생기업전용금융(DIP) 투자 △공공입찰과 정부 연구개발(R&D) 과제의 재도전 가산점과 쿼터제 실행 △재도전 특례보증 확대 △재도전기업의 신용정보 공유와 낙인효과 개혁 △재기지원 표준 신용평가 모델 도입 △벤처 및 이노비지 재인증 △재기를 위한 절세 및 유예 등의 사업을 펼친다. 물론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은 법원의 회생절차를 밟는다.

선진경제로 나아가기 위해선 실패를 매몰비용이 아닌 ‘국가적 자산’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회생기업의 성공은 중요한 3가지 효과를 제공한다. 첫째, 대규모 실업발생으로 인한 고용보험 지급, 재교육 비용, 복지예산 투입을 사전에 차단하여 사회적 비용 을 절감한다.

둘째, 지역기업의 생존은 곧 법인세와 지방세의 지속적인 확보로 세수기반을 유지하는 동시에 중앙정부의 재정건전성 확보로 이어진다. 셋째, 수도권으로의 인구쏠림을 억제해 수도권 과밀화 해소 정책보다 훨씬 실질적인 균형발전을 실현한다.

정부는 회생기업을 ‘한계기업’이라는 잣대로만 평가해서는 안된다. 회생절차는 경제적 사형선고가 아니라 다시 뛸 수 있게 돕는 ‘응급수술’이어야 한다. 정부는 금융지원의 문턱을 낮추고 실패한 경영자가 다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특히 지방에 소재한 회생기업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이들이 지역경제의 ‘앵커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실패는 매몰비용이 아닌 ‘국가적 자산’

회생기업의 재도전 성공은 지방소멸을 늦추고, 실패를 자산으로 삼아 더 강한 경제구조를 만드는 국가 회복력의 증거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 그 기회의 토양이 지역 곳곳에 뿌리내릴 때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도 담보될 수 있다.

윤병운 한국기업회생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