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불기소 성폭행 폭로 “명예훼손 아냐”
1심, 유죄 → 2심 무죄 → 대법, 무죄 확정
“범죄 증명 안 돼도, 허위 발언 단정 못해”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성폭력 범죄를 언론에 폭로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교수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며 낸 형사 고소가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됐지만, 그것만으로는 성폭력 범죄 피해를 입었다는 발설이 허위라고 쉽사리 단정해선 안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9년 5월부터 같은 대학 동료교수인 B씨와 함께 국책사업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어 A씨는 2021년 2월 B씨로부터 강간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같은 해 7월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했다. 이후 A씨는 이의신청을 했으나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고, 재차 재정신청을 했지만 법원 역시 이를 기각했다.
이에 A씨는 언론사 기자들을 만나 3회에 걸쳐 B씨의 성폭력 범죄를 폭로하는 기사를 보도했으며,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동료 교수로부터 강간을 당했다’는 글을 게재해 B씨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B씨가 강간했다는 등 A씨의 발언과 국민청원 게시글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하고, B씨에 대한 명예훼손도 인정해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불특정 다수인에 대한 전파력이 상당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글이 허위로 게재돼 B씨의 명예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자들과 인터뷰 해 방송사 보도가 이뤄지게 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A씨에게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반면 2심은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강간당했다고 한 발언이 허위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는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글을 올린 혐의에 대해선 이미 다른 사건으로 기소돼 확정된 판결과 공소사실이 같다고 보고 면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그대로 확정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