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불씨,지중해·인도양까지

2026-03-06 13:00:03 게재

아제르바이잔에도 이란 드론 논란 … 호르무즈 해협은 선박 ‘대정체’

5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나흐치반 공항에 대한 이란발 드론 공격과 관련해 국가 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세에 맞선 이란이 엿새째인 5일(현지시간)에도 역내 미군 시설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미사일·드론 공세를 이어가며 ‘확전 모드’를 굳혔다.

AP·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 내 미국 시설을 겨냥한 20번째 일제 공격을 단행했다.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등지에서는 미사일 경보가 울렸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미군이 주둔한 알다프라 공군기지 인근에 드론이 떨어지며 파편으로 6명이 다쳤고, 인근 에너지 시설에 화염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 도하의 미국 대사관 인근에서도 대피령이 내려진 뒤 미사일이 날아든 것으로 보도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요르단 국경지대에서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바레인에서는 이란 미사일이 국영 정유시설을 타격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이란의 공격이 중동 바깥인 코카서스의 아제르바이잔까지 번졌다는 주장까지 나오며 파장이 커졌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란 드론이 월경지(본토와 떨어진 영토)인 나흐치반 지역의 민간 시설을 타격해 4명이 다쳤고 공항 시설 등도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하며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공격 사실을 부인하거나 민간 시설을 겨냥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군사표적’과 ‘민간피해’ 사이 경계가 흐려지고 책임 공방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이란의 공격 규모를 둘러싼 ‘수치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군 소식통을 인용해 개전 이후 이스라엘과 역내 미국 시설을 겨냥해 탄도·순항미사일 500여 발과 드론 2000여기 이상이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소식통은 “40%는 이스라엘 타격, 60%는 역내 미군 기지·시설을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상황 특성상 이런 수치의 검증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심리전 성격의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전쟁의 충격파는 해상 물류에서 직접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5일 이번 중동 전쟁으로 걸프해역(페르시아만)에서 선원 약 2만명과 승객 약 1만5000명이 “발이 묶였다”고 밝혔다. 아르세뇨 도밍게스 IMO 사무총장은 AFP 통신 인터뷰에서 “IMO는 영향을 받은 선원들의 안전과 안녕을 보장하도록 모든 관련된 이들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IMO는 또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이후 이 지역에서 선박 관련 사고가 7건 발생했고 사망자 2명, 부상자 7명이 집계됐다고 밝혔다.

도밍게스 총장은 “경제적 영향을 넘어 인도주의 문제”라며 “무고한 선원들에 대한 어떤 공격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봉쇄 수준의 위축’ 국면으로 전해진다. 덴마크 머스크 등 여러 해운사가 이 지역 화물 운송 예약을 중단했다. 에너지 정보업체 케이플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유조선 이동이 지난주보다 90% 줄었다고 전했다. 전쟁 전 하루 24~50척이 통과하던 흐름이 급감한 셈이다. 로이즈 보험시장의 보험 인수 업체들을 대표하는 로이즈시장협회(LMA) 실라 캐머런 CEO는 3월 1일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이 40척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캐머런 CEO는 페르시아만과 인근 해역에 약 1000척이 ‘묶여’ 있으며 절반이 유조선 및 가스 운반선이라고 밝혔다. 선박 가치만 총 250억달러(약 37조원)로 추산된다.

외교전도 동시에 격화하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5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중동 사태를 완화(de-escalate)해야 한다며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타머 총리는 다우닝가 기자회견에서 “영국은 이란과 협상을 통해 핵 야욕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을 오래 지켜왔다”고 밝혔다.

같은 날 EU와 걸프협력이사회(GCC) 6개국도 이란을 향해 공격 중단과 대화 복귀를 요구했다. EU는 UAE·바레인·사우디아라비아·오만·카타르·쿠웨이트 등 GCC 외무장관들과 화상회의 후 공동성명을 통해 “GCC 국가들에 대한 이란의 정당화될 수 없는 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즉각 공격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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