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신약개발 인공지능 개발
약물 결합 넘어 단백질 실제 활성 여부 예측
신약 표적 GPCR 적용 AI 모델 ‘GPCRact’ 개발
KAIST(총장 이광형)는 바이오및뇌공학과 이관수 교수 연구팀이 약물이 단백질에 결합하는지를 넘어 실제로 단백질을 활성화하는지까지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 ‘GPCRact(지피씨알액트)’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우리 몸의 단백질은 스위치처럼 작동한다. 약물이 단백질에 결합하면 결합 부위 구조가 변하고, 그 변화가 단백질 전체로 전달돼 기능이 켜지거나 꺼진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는 약물과 단백질의 결합 여부와 결합 부위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데 성과를 냈지만, 약물이 결합한 이후 단백질 내부에서 신호가 어떻게 전달되고 단백질 전체 구조가 어떻게 변해 실제 기능이 활성화되거나 억제되는지까지는 예측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약물이 ‘결합하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지’까지 예측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대표적인 신약 표적인 G-단백질 결합 수용체(GPCR)에 대해 후보 물질이 단순히 결합하는지를 넘어 실제로 단백질을 활성화하는지까지 예측하도록 설계한 모델이다.
GPCR(G-단백질 결합 수용체)은 세포 표면에서 신호를 받아 세포 내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 약물이 세포 밖에서 신호를 보내면 이를 받아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인체에는 약 800여종의 GPCR이 존재하며 현재 시판 약물의 약 30~40%가 이를 표적으로 한다. 심장 박동과 혈압 조절, 통증 감지, 면역 반응, 감정 조절 등 다양한 생리 기능에 관여하는 핵심 단백질이다.
하지만 약물이 GPCR에 결합했다고 해서 항상 원하는 기능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결합 이후 단백질 내부에서 일어나는 구조 변화와 신호 전달 과정이 실제 작용 여부를 결정한다. 이러한 과정을 ‘알로스테릭 신호 전파’라고 한다.
연구팀은 약물 작용 과정을 △약물-표적 결합 단계 △단백질 내부 신호 전파 단계로 나눠 AI가 단계적으로 학습하도록 설계했다.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원자 수준 그래프로 표현하고 중요한 신호 전파 경로를 학습할 수 있도록 어텐션 메커니즘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AI가 약물 결합 신호와 단백질 내부 신호 전파 경로를 함께 분석해 단백질의 활성 여부를 예측하도록 했다.
그 결과 기존 모델이 어려워했던 복잡한 구조의 단백질에서도 약물 활성 예측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이번 모델은 단순히 ‘활성’ 또는 ‘비활성’ 결과만 제시하지 않고 예측의 근거가 되는 단백질 내부 핵심 신호 경로를 함께 제시한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이른바 ‘블랙박스 AI’의 한계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이관수 교수는 “알로스테릭 구조 변화는 약물이 단백질의 한 부분에 결합했을 때 그 영향이 내부로 전달돼 다른 부위의 기능까지 바뀌는 현상”이라며 “이 작동 원리를 딥러닝에 반영한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다양한 단백질로 확장하고 세포와 인체 반응까지 예측하는 기술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손효진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논문은 생물정보학 분야 국제 학술지 ‘브리핑스 인 바이오인포매틱스(Briefings in Bioinformatics)’에 1월 15일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