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눈물은 많은데 왜 더 건조할까
요즘 외래강의나 대중강연에서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눈이 뻑뻑하고 시린데 어떤 인공눈물을 써야 하나요?”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안구건조증은 더 이상 특정 연령대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젊은 층에서도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생활 속 질환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눈물의 양’보다 ‘눈물의 질’이다.
최근 상담했던 20대 대학원생 영수씨(가명)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하루 대부분을 모니터 앞에서 보내고,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어느 날부터 눈이 뻑뻑하고 오후가 되면 시리고 충혈이 심해져 도움을 구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가 하나 더 있었다. 이 주부터 여드름 치료를 위해 이소트레티노인(Isotretinoin)을 2주 처방해 복용 후 여드름은 아주 좋아졌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마지막 약을 복용했는데 눈이 더 건조해졌을 뿐 아니라, 오히려 눈물이 갑자기 많이 흐르는 증상까지 나타났다고 한다.
“건조한데 눈물이 많을 수 있나요?”라는 질문은 안구건조증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소트레티노인은 피지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눈꺼풀에 있는 마이봄샘(눈꺼풀의 기름샘)의 기름 분비도 함께 줄이는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눈물막의 가장 바깥층인 ‘지질층’이 약해지고, 눈물은 쉽게 증발하게 된다.
여기에 장시간 화면을 보는 생활습관이 더해지면 눈 깜빡임이 줄어들어 눈물막의 균형이 더욱 무너진다. 즉 영수씨의 경우는 단순히 눈물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라, 눈물막이 불안정해진 ‘증발형 안구건조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노화나 질병 등으로 인한 ‘눈물생성 부족형 안구건조증’과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인구건조증 특정 연령층의 문제 아냐
정상적인 눈물은 기름층 수질층 점액층이 균형을 이루며 눈을 보호한다. 하지만 이 균형이 깨지면 눈 표면이 쉽게 자극을 받게 된다. 이때 우리 몸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많은 눈물을 분비하는데 이를 ‘반사성 눈물’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눈물이 대부분 물(수분)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눈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눈물이 많지만 실제로는 눈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해 건조감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 인공눈물이나’ 사용하는 것은 충분한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인공눈물은 그 성분과 작용 방식에 따라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분을 보충하는 제품은 건조한 눈에 즉각적인 촉촉함을 제공하고, 점도가 높은 제품은 눈물의 체류 시간을 늘려준다.
반면 지질층을 보강하는 제품은 눈물의 증발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영수씨처럼 오후에 증상이 심해지거나 바람, 냉방 환경에서 불편함이 커지는 경우에는 이러한 지질보강형 제품이 더 적절할 수 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요소는 보존제다. 다회용 제품에는 보존제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은데, 염화벤잘코늄(BAK)과 같은 성분은 장기간 사용할 경우 눈 표면에 자극과 손상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하루 4번 초과해 여러 번 점안해야 하는 경우에는 보존제가 없는 일회용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약학적 관점에서 중요한 점은 증상의 원인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다. 특정 약물 복용 이후 증상이 악화되었다면, 그 연관성을 이해하고 필요 시 의료진과 상의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여드름 치료제 외에도 항히스타민제, 항우울제, 일부 혈압약 등은 안구건조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생활습관의 개선 역시 매우 중요하다. 화면을 오래 보는 경우에는 의식적으로 눈을 자주 깜빡이고, 20분마다 20초간 20피트(6m 먼 곳)를 바라보는 ‘20-20-20 규칙’을 실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따뜻한 온찜질은 마이봄샘 기능을 개선하는 데 유익할 수 있다.
하루 4번 초과시 보존제 없는 제품 선택
아울러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도 있다. 단순한 건조감을 넘어 심한 통증, 시력 저하, 빛에 대한 과민 반응이 나타난다면 이는 각막질환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지체하지 말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안구건조증은 치료보다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안구건조증 관리의 핵심은 하나의 제품을 선택하는 데 있지 않다. 자신의 눈 상태를 이해하고, 그 원인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영수씨도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한 인공눈물 사용과 온찜질을 병행하며 생활습관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전보다 훨씬 편안한 눈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