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공항, 로컬라이저<방위각 제공 시설> 잘못 설치”

2026-03-10 13:00:01 게재

감사원 ‘항공안전’ 감사 … 교체 계획도 기준 미달

정신질환 이력 조종사 62명 3년간 1만2천회 운항

2024년 12월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던 로컬라이저가 다른 공항에서도 잘못 설치·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교체 계획을 내놓았지만 국제기준에는 미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증 우울증 등 정신질환 이력이 있는 조종사 62명이 최근 3년간 1만회가 넘는 항공기 운항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10일 이같은 내용의 ‘항공안전 취약분야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무안국제공항을 비롯해 김해 여수 사천 광주 포항 제주 김포 등 8개 공항의 14개 로컬라이저가 규정과 달리 부러지기 어려운 콘크리트 둔덕이나 기초구조물 위에 돌출되게 잘못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로컬라이저는 활주로에서 항공기가 좌우 수평을 맞출 수 있도록 방위각을 제공하는 시설로 항공기와의 충돌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설치돼야 한다. 로컬라이저가 제 기능을 하려면 활주로 최상단부보다 높아야 하는데 무안공항 등에서는 공사비 절감을 위해 당초 지형에 가깝게 활주로 종단경사를 허용했고 이보다 로컬라이저를 높게 설치하기 위해 단단한 콘크리트 둔덕이나 기초구조물을 세웠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공항운영증명, 정기검사 등에서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취약성이 확보된 것으로 잘못 승인해 8개 공항, 14개 로컬라이저가 취약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었다.

국토부가 뒤늦게 15개 공항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해 로컬라이저 취약성을 개선하는 ‘항공안전 혁신방안’을 내놨지만 여전히 국제기준에는 못 미쳤다.

국토부는 경량철골 구조는 취약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해 여수공항은 개선대상에서 제외하고 무안 등 5개 공항, 7개 로컬라이저를 경량철골 구조로 교체하는 계획을 수립했는데 경량철골 구조 역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취약성 기준에는 미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국토부 장관에게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관련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안전성 확보방안 마련을 통보했다. 한국공항공사 사장에게도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을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개선하고 업무담당자에게 문책과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또 국토부가 운영하는 ‘운항기술기준’에 해외 기준이 뒤늦게 반영되면서 항공기 안전장비 도입이 해외보다 늦어지는 문제가 반복되고, 운항기술기준이 개정되더라도 기존에 도입된 항공기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 점 등을 지적하고 개선방안 마련을 통보했다. 실제 2010년 운항기술기준에서 비상시 음성기록장치(CVR)가 작동하도록 전원을 공급하는 대체동력원을 장착하도록 했지만 기존 항공기에는 적용되지 않아 국적기의 32%가 이를 탑재하지 않고 운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사고기에도 이 장치가 탑재되지 않아 충돌 직전 상황을 확인할 수 없었다.

국토부가 항공신체검사에서 조종사와 관제사가 자발적으로 작성한 문진표만 제출받고 정신질환 이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방치해온 사실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항공신체검사 매뉴얼’ 등에 따르면 조종사·관제사는 우울증, 행동장애 등 정신질환 과거력이 있는 경우 항공업무에 종사할 수 없으며 이를 숨길 경우 자격증명을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종사·관제사의 정신질환은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인도에서는 우울증을 앓는 조종사가 자살 비행을 하면서 260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사 결과 2022~2024년 조종사 62명은 정신질환 진료내역을 전문의에게 알리지 않고 신체검사 ‘적합’ 판정을 받은 후 총 1만2097회 운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발성 우울장애로 11차례 치료를 받고도 452회 운항한 조종사도 있었다. 관제사 35명도 중증정신질환을 숨기고 2022년 이후 2만3744일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항공 참사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는 조류충돌에 대한 위험평가도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ICAO는 조류충돌 위험평가시 조류크기와 군집도, 관측일수 등을 고려하고 잠재적인 조류충돌 발생가능성도 고려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국내 공항운영자는 공항내부에서 조류를 포획·분산했거나 항공기와 충돌한 조류만 평가대상에 포함하고 공항주변 상공에서 높고 빠르게 이동하는 철새나 대규모로 출몰하는 새떼는 위험관리대상 조류에서 제외하고 있었다. 무안공항의 경우 환경영향평가에서 3만5000마리의 가창오리가 발견됐지만 공항 내에서 포획·분산·충돌이 없었다는 이유로 평가대상에서는 제외됐다. 하지만 감사원이 출몰빈도와 출몰 개체수, 공항과의 거리 등을 반영하도록 위험평가식을 개선해 최근 4년간 위험도를 재평가한 결과 가창오리, 큰기러기, 쇠기러기 등 3종의 충돌위험성이 가장 높게 나왔다.

감사원은 이밖에 성능미달 장치를 도입하고도 지체상금을 제대로 부과하지 않은 부산항공청 업무담당자에게 징계를 요구하는 등 3건에 대해 징계·문책 요구하고 7건은 주의, 18건은 개선사항을 통보했다. 또 난기류 정보공유시스템을 구축한 국토부 항공안전정책과와 조류활동정보 제공업무를 적극 추진한 제주항공청 항공관제과에 대해선 모범사례로 통보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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