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개인파산 10명 중 6명 60대 이상

2026-03-10 13:00:08 게재

생활비 부족이 주요 원인 … 전국서 고령층 파산 급증

서울에서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시민 10명 가운데 6명이 60대 이상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이후 소득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부채가 누적되면서 이른바 ‘실버 파산’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복지재단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가 10일 발표한 ‘2025년 개인 파산면책 지원 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센터를 통해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 유효 데이터 1192건 가운데 60대 이상 신청자는 691명으로 전체의 58.0%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36.5%로 가장 많았고 50대 25.1%, 70대 이상 21.5% 순이었다. 50대까지 포함하면 중장년층 비중은 83.1%에 달했다.

파산 신청자의 상당수는 노동시장 밖에 있었다. 신청자의 84.6%가 무직 상태였고 정기고용 근로자는 9.0%, 일용직은 5.6% 수준이었다. 자영업자는 1%에 못 미쳤다.

공공부조 의존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신청자의 86.2%가 기초생활수급자였으며 차상위계층을 포함하면 대부분이 공공부조 대상이었다. 수급자 비율은 2023년 83.5%, 2024년 83.9%에서 지난해 86.2%로 상승했다.

가구 구조 역시 취약했다. 신청자의 70.4%가 1인 가구였다. 1인 가구 비중은 2023년 63.5%, 2024년 68.4%에서 지난해 70.4%로 증가했다. 가족의 도움 없이 혼자 부채를 감당하는 고립 가구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자산과 소득 수준도 낮은 편이었다. 신청자의 절반 이상은 보유 자산이 300만원 미만이었고 예금이 40만원 미만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월소득은 80만~120만원 구간이 가장 많았으며 평균 월소득은 약 102만원으로 나타났다. 상당수가 기초생활수급비 등 공공부조에 의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채무 규모는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 구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1억~2억원 미만 구간이 뒤를 이었다. 채권자가 여러 곳인 다중채무자도 절반 가까이 됐다.

채무가 발생한 원인으로는 ‘생활비 부족’이 79.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사업 실패와 실직·질병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채무 상환이 어려워진 계기로는 ‘원리금이 소득을 초과’한 경우가 89.8%로 가장 많았다.

파산 이후 다시 파산 절차를 밟는 ‘재파산’ 사례도 확인됐다. 전체 신청자 가운데 재파산자는 10.6%(126명)였으며 이 가운데 69%(87명)가 60대 이상이었다. 센터측은 고령층의 경우 파산 이후에도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워 경제적 회복이 쉽지 않은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전국적으로도 나타난다. 법원행정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자 3만9993명 가운데 60세 이상은 1만7370명으로 전체의 43.4%를 차지했다. 파산 신청자 가운데 60세 이상 비중은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권에서도 고령층 부채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0세 이상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 규모와 연체액은 최근 증가세를 보였고 연체율 상승 속도도 다른 연령대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은퇴 이후 자영업에 뛰어드는 고령층이 늘면서 파산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최근 200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국민연금만으로 생활이 어려운 상황에서 은퇴자들이 자영업 시장에 진입하지만 경기 둔화와 고금리 영향으로 폐업과 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노후 빈곤 문제 역시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를 넘어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실버 파산이 개인의 경제 문제를 넘어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현재 채무조정 정책은 청년층이나 일반 소상공인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근로 능력이 제한되고 의료비 지출이 많은 고령층 채무자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령층의 소득 구조와 의료비 부담 등을 고려한 맞춤형 채무조정 제도와 재기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은정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장은 “고령층 금융취약계층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맞춤형 상담과 채무조정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금융피해 어르신의 회복과 재기를 돕는 프로그램을 확대해 금융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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