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통화누설’ 강효상 유죄 확정
대법 “외교상 기밀 유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효상 전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1월 공무상기밀누설, 외교상기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강효상 전 의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당시 주미 대사관 소속 전 공사참사관 A씨도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를 확정받았다.
강 전 의원은 2019년 5월 고등학교 후배인 A씨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과 관련한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전달받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강 전 의원은 통화 당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방한을 요청했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당시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은 외교부 3급 기밀이었다. 강 전 의원은 A씨에게 ‘국회의원 의정활동에만 참고하겠다’며 통화 내용을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의 쟁점은 유출된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이 형법상 보호되는 ‘외교상 기밀’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2심 재판부는 두 사람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가담 정도에 따라 형량을 달리했다.
1심 재판부는 강 전 의원에 대해 “미국 대통령 방한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국가 간 외교적 신뢰를 위해 공식 발표될 때까지는 엄격하게 비밀로 보호돼야 한다”며 “기밀의 내용과 중요성, 탐지·수집·누설한 방식 등에 비추어 죄질이 불량하고 범정이 무겁다”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에 대해서는 “강 전 의원의 말에 속아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렀고, 알려준 내용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널리 외부로 알려질 것이라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를 처분했다.
2심도 “강 전 의원은 외교상 기밀 누설에 대한 고의가 없다, 국회의원으로서 면책 특권에 해당한다, 정당행위로써 위법성이 없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법리 오해를 주장하지만 1심에서 적절히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 전 의원과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강 전 의원이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해당 논의 내용이 형법 제113조 제1항의 외교상 기밀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며 강 전 의원측이 주장한 정당행위나 국회의원 면책특권 등에 대해서도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