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늙어가는 중소제조업,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도 중소제조업의 AI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 달리 최근 통계를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AI 도입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으며 지방산업단지 내 중소기업 폐업은 증가 추세다.
생존을 위해 중소제조업은 신기술을 제조현장에 도입하거나 신사업으로 전환을 모색해야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저임금에 기반한 전통적 제조에 머물러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제조현장의 변화속도가 느린 이유는 무엇일까. 제도나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는 그 이면에 ‘사업’보다 ‘사람’ 이슈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제조현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신사업 진출을 위해서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필수적인데 현재 그 길이 막혀 있는 듯하다.
현재 한국 중소제조업은 1세대 창업자의 은퇴를 목전에 두고 있다. 노령화된 이들은 빠른 기술변화에 대응하기 버겁고 자신이 어렵게 일군 사업을 지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2~3세대는 선대가 일군 전통제조보다는 AI 로봇 플랫폼 등 융합형 미래 제조를 추구한다. 이 때문에 승계과정에서 세대 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2~3세대가 외부투자를 유치해 독자적인 미래형 제조 스타트업을 키우는 것도 쉽지 않다. 제조업 특성상 초기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투자 회수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조업 창업자체를 회피하기도 한다.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는 제조업 도약을 위해서는 신기술과 혁신형 비즈니스 모델을 제조에 융합할 역량을 갖춘 신세대가 필요하다. 제조업에서 세대 간 승계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승계를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닌 기존 산업자본의 신사업 재투자로 바라보는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 필요하다. 이미 투입된 자신의 자본을 활용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 최소화, 고용유지 등의 효과를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따라서 사업승계 관련 세제지원도 부의 대물림이나 기존 사업유지 관점에서 벗어나 승계 시 신규 R&D 투자, 설비투자, 고용창출, 신사업 진출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자국 제조경쟁력 강화를 위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을 제정하면서 파격적인 세제지원, R&D 세액공제, 설비투자 공제 등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1세대 창업자도 사업도 늙어가고 있는 우리 중소제조업에 큰 시사점을 준다.
진병채
한국중소기업학회장
카이스트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