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상을 현실로, K-소방의 대전환

2026-03-12 13:00:00 게재

소방청이 처음 현대자동차그룹에 기술 협력을 제안했을 때만 해도, 영화에나 나오는 장비를 과연 현실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다.

화마가 휩쓴 극한의 환경에서도 오차 없이 작동하는 로봇을 개발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차의 세계적인 기술력과 자체 개발한 ‘HR-세르파’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면 소방 환경에 최적화된 고성능 장비를 충분히 구현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도 분명했다. 그 결과 우리는 기대를 뛰어넘는 무인소방로봇을 현장에 도입하게 되었다.

이번 도입은 단순히 새로운 장비를 추가하는 차원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소방이 ‘세계 제1의 소방’의 시대로 나아가는 전환점이자 소방의 패러다임을 사람 중심에서 기술 기반의 안전 강화 체계로 확장하는 출발점이다.

그동안 소방 활동이 대원 개인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에 크게 의존해 왔다면 이제는 첨단 기술이 위험을 먼저 감당하고 대원을 보호하는 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

앞으로 공장과 물류창고, 지하 터널 등 대형 화재 현장에서는 무인소방로봇이 최전방에 투입되어 고열과 붕괴 위험 속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대원들이 보다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로봇이 현장에서 수집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재난 대응 역량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기대 뛰어넘는 무인소방로봇 현장 도입

재난 현장의 복잡한 변수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최적의 진압 경로를 제시하는 체계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다가올 소방의 새로운 운영 방식이다.

기술 혁신은 로봇에만 머물지 않는다. 현재 소방청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 중인 ‘스마트 헬멧’ 역시 현장대원의 생명 확보를 위한 핵심 장비다. 짙은 농연과 낮은 가시성은 화재 현장에서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인명 탐색과 탈출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이에 소방청은 헬멧에 부착된 열화상카메라와 연기투시용 시야 개선 장비의 영상을 공기호흡기 면체 내부 디스플레이로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원이 별도의 장비를 손에 들지 않고도 면체 안에서 직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해, 양손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도 화점과 위험 요소, 이동 경로를 즉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위험 발생 이후 구조를 기다리는 대응에서 벗어나,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 스스로 판단해 고립을 예방하는 선제적 안전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무인소방로봇이 외부에서 위험을 줄이고, 면체 내 디스플레이를 통해 시야를 확보한 대원이 내부에서 구조 활동을 수행하는 유기적 첨단 대응체계가 완성되는 것이다.

소방청은 앞으로도 첨단 기술 개발과 AI 접목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기술이 소방대원의 안전을 지키고, 그 안전이 곧 국민의 생명 보호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현장에 정착시키겠다는 의미다.

'국민안전 최우선’ 가치 지켜나갈 것

아울러 국방과학연구소를 비롯한 연구기관과 기업 등과의 연대와 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자체 연구역량 또한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해 나가려 한다. 첨단과학 소방 구현을 통해‘생명 존중, 국민안전 최우선’의 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