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공장부지, 아파트 개발 통로
공공성보다 기업이익 초점
“변질된 공공기여 협상제”
부산시가 추진 중인 ‘공공기여 협상제’가 대규모 아파트 개발 논란을 낳고 있다. 유휴 토지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인데 사실상 아파트 개발 통로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3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성창기업 부지 공공기여 협상안에 대한 의견청취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사하구 다대동 성창기업 공장부지의 용도를 준공업지역에서 준주거지역과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해 대규모 아파트 개발을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성창기업이 제안한 계획은 전체 부지 14만8984㎡ 가운데 13만2038㎡를 준주거지역으로, 1만6947㎡를 일반상업지역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이다. 성창기업은 기장군 장안읍으로 공장을 이전한 뒤 기존 부지에 지상 35~48층 규모 아파트 13개 동, 약 3000세대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예상 분양 규모는 2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성창기업이 부산시에 제시한 공공기여금은 약 909억원 수준으로 공공시설용지와 공원, 지하주차장 등을 제공한다. 개발 규모에 비해 공공기여 규모가 지나치게 작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안건은 오는 17일 부산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시는 시의회 의견을 들은 뒤 성창기업과 개발 규모와 공공기여금 등에 대한 본격 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문제는 이 같은 행태가 부산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공공기여 협상 방식으로 추진된 사업 대부분이 대규모 아파트 개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해운대 한진CY 부지와 기장군 한국유리 부지, 사하구 한진중공업 부지 등은 최고 49~66층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로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사상구 덕포동 한일시멘트 부지와 부산외국어대학교 부지 역시 아파트 개발로 방향이 잡혔다.
이 때문에 부산의 공공기여 협상제가 결과적으로 아파트 개발 특혜 통로로 작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의회에서도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전원석 부산시의원은 “아파트로만 개발하는 방식은 특혜 논란을 피하기 어렵고, 개발이익에 비해 시민을 위한 공공기여 규모도 지나치게 낮다”고 말했다.
시민사회 역시 “공공기여 협상제가 난개발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토건 중심의 아파트 개발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인접한 한진중공업 부지가 개발되고 성창기업은 이전하게 돼 통합개발 필요성이 있다”며 “협상을 통해 적절한 공공기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